주파수 대역 선호도 밝히지 않고 눈치작전 치중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2.1㎓ 주파수 대역이 사실상 LG유플러스로 돌아감에 따라 KT와 SK텔레콤이 남은 1.8㎓ 대역과 800㎒ 대역을 놓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22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주파수 할당 계획 발표에 따라 2.1㎓ 대역 경매에서 배제된 KT와 SK텔레콤은 나머지 두 주파수 대역에 대한 호불호를 밝히지 않은 채 상대방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일단 KT는 2.1㎓ 대역이 SK텔레콤의 수중에 들어가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자회사인 KT파워텔이 갖고 있던 800㎒ 대역 일부를 떼어내 경매에 내놓은 의도도 SK텔레콤의 2.1㎓ 대역 확보를 차단하기 위한 전술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KT는 이번 주파수 전쟁 1라운드에서 전략적인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1.8㎓ 대역 20㎒와 800㎒ 대역 10㎒를 놓고 SK텔레콤과 경쟁하는 2라운드에 돌입했다.
KT는 겉으로는 아직 두 주파수 대역에 대한 선호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800㎒ 대역 30㎒를 가진 SK텔레콤이 800㎒ 대역을 추가로 확보하면 주파수 사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기존에 보유한 800㎒ 대역에 사용 중인 통신장비를 경매에 나오는 800㎒ 대역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800㎒ 대역을 선택해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결국 SK텔레콤이 800㎒ 대역을 선택하면 KT는 자연스럽게 1.8㎒ 대역을 차지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그동안 3세대(3G)용 2.1㎒ 대역에 대해서만 검토를 했을 뿐 나머지 주파수 대역에 대해서는 고려한 바 없다"면서 "이제부터 두 주파수 대역 중에서 어떤 것이 유리한 것인지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800㎒ 대역이 SK텔레콤에 효율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기존 800㎒ 대역과 경매에 나오는 800㎒ 대역 간에 사이가 벌어져 있어 기대하는 만큼 효율성을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KT는 1.8㎓ 대역에 대한 선호도를 내비치는 모습이지만 SK텔레콤은 전혀 의중을 내비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두 주파수 대역에 대한 가격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800㎒ 대역의 최저 경쟁가격은 2천610억원, 1.8㎓ 대역은 4천455억원으로 갑절가량 차이가 난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경쟁사를 의식한 나머지 "일단 주파수를 많이 확보해놓고 보자"는 식으로 달려들었다가는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기업 인수전에 종종 오르내리던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KT와 SK텔레콤 간의 주파수 신경전은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상대방에 대한 탐색과 분석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두 주파수 대역에 대한 선호도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만 두 주파수 대역 중에서 하나씩을 최저가격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칫 담합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