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높은 갱두목 벌저, 16년만에 잡았다

FBI, 시민제보로 은신처 급습… 살인 등 범죄 보고서만 200쪽

영화 `디파티드` 소재로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가장 붙잡고 싶었던 사나이` 마피아 보스 제임스 화이티 벌저가 드디어 체포됐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2일 밤 캘리포니아 주 샌타모니카에서 FBI가 벌저와 그의 오랜 연인 캐서린 그리그 씨(60)가 머물던 아파트를 급습해 체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보스턴 지역 아일랜드 갱단 `윈터 힐`을 이끄는 그는 1995년 1월 체포령이 내려진 뒤 16년 만에 덜미가 잡혔다.

벌저는 백발에 가까운 환한 금발로 `화이티(Whitey·흰둥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그의 인생은 온통 핏빛이었다.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1970, 80년대 암흑가를 지배한 그는 살인 19건을 비롯해 살인교사와 협박, 마약 거래 등 범죄 혐의보고서만 200쪽이 넘는다.

FBI의 존 코널리 요원과 결탁해 라이벌 갱단 `뉴잉글랜드파`를 궤멸시킨 일화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디파티드`(2006년)에 소재로 쓰였다.

오랜 세월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갔던 벌저가 결국 체포된 데는 다름 아닌 시민들의 공이 컸다. FBI는 몇 년 전부터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하고 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이번 체포도 제보 2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적극적인 주민 협력으로 붙잡힌 벌저 커플은 23일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설 예정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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