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진입을 앞두고 우리 경제는 몇 차례 굴곡을 겪다가 최근에야 겨우 턱걸이를 하게 됐다. 한 세대 이전 1980년 초반의 정치, 경제 상황을 반추해보면 우리는 정말 역동적으로 힘든 고비들을 헤쳐 나왔다. 앞으로 한 세대가 지난 30년 후 국가의 이정표를 통일한 대한민국이 미국, 중국에 이어 G3 국가로 발돋움하는 것으로 세워보면 어떨까. 담대한 꿈이지만 불가능한 미래는 아니다. 국력은 곧 경제력이고, 경제력은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는 과학기술인의 머리와 손에서 태동한다. G3 국가를 성취해 낼 과학기술 인재의 발굴과 육성을 위해 지금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해 본다.
첫째, 산업출연 과기인재 장학제도를 위한 조세특례법을 만들자. 일정규모 이상의 법인세를 납부하는 회사는 법인세 중 2% 범위 내에서 국가가 관리하는 ‘과기인재 장학금’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자. 100억의 법인세를 납부해야 하는 기업이 100억 중 2억은 과기인재 장학금으로 내고 98억은 세금으로 납부하는 식이다. 이 장학금을 받을 인력풀을 국가가 선정하고, 장학금을 출연한 회사는 장학금 수혜 대상자를 직접 선정한다. 특히 대학 석·박사과정은 해당 장학금으로 학비와 생활비가 충당되고 기업이 원하는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현재도 정부가 세금에서 교육분야에 많은 투자를 직접 실행하지만, 산업과 연관된 과학기술분야 인재양성은 해당 산업체가 정부보다 더 잘 할 수 있다. 가려운 곳을 남에게 이야기해서 어찌 시원하게 긁겠는가. 자기 손으로 긁을 때 가장 시원한 법이다.
둘째, 영재연금 제도를 만들자. 20세 전후의 젊은 체육인재들은 국제대회에서 수상을 하면 수십 년 간 체육연금을 수령한다. 세계 과학, 수학분야의 경시대회에서 수상한 어린 인재들이나, 세계적인 기능대회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젊은 인재들에게도 체육인재들에게 수여하는 정도의 영재연금을 일정기간 수여하자. 물론 해당 인재들은 대학진학이나 취업 시 과학기술 관련 전공, 산업·연구소에 근무하는 경우에만 연금을 계속 지급한다. 과학기술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는 어린 인재들이 대학진학과정에서 혹은 취업과정에서 과학기술과 동 떨어진 분야로 지망하는 경우가 많이 목격된다. 과학기술 분야에 우리사회가 좀 더 일찍부터 애정을 쏟아야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가 양성된다.
셋째, 개인 병역특례제도를 신설하자. 현 병역특례는 국가가 산업체에게 특례 TO를 부여하고, 해당산업체가 특례대상 인력을 선발한다. 이 제도를 일부 개선하여 학업성취도가 뛰어나거나 국위를 선양하는 수준의 재능을 보인 영재 ‘개인’에게 병역특례를 부여하여, 그 개인이 자신이 근무할 산업체를 선택하도록 한다. 물론 해당 산업체는 과학기술분야의 연구와 생산을 하는 국가가 지정한 업체이어야 한다.
국력이 신장하는데 과학기술 인재만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지난 200년 간 과학기술력이 곧 국력의 척도였으며, 향후 100년 또한 그러할 것이다. 부존자원 없는 우리로선 인재에 투자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지난 한 세대에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을 가꾸어 낸 경영인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뛰어난 과학기술 천재 한명이 만명, 십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부섭 동진쎄미켐 회장 bslee@dongj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