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지능형 로봇 특허 분쟁 막을 전략 구상해야

[ET단상]지능형 로봇 특허 분쟁 막을 전략 구상해야

 이재훈 특허청 기계금속건설심사국장

 

 많은 전문가들은 로봇을 자동차와 PC 이후 21세기 대표적인 엔드유저 제품으로 꼽는다. 소득수준 향상, 고령화사회 도래 및 웰빙생활 추구 등과 어우러져 그 수요가 필연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로봇시장 규모는 2008년 약 94억달러에서 2018년 약 10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로봇 융합산업을 포함한 광의의 규모는 22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러한 시장규모는 2008년 세계 휴대폰 시장(약 1460억달러)보다 큰 규모다.

 그러나 우리는 경험상으로 어떤 기술이든 시장이 형성되고 성장하게 되면 크고 작은 특허분쟁이 발생하게 되고 그 분쟁의 결과에 따라 기업의 존립과 한 나라의 경제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로봇시장은 어떨까? 아직 국내외적으로 시장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는 로봇 분야는 그리 많지 않다. 제조로봇분야, 의료로봇분야, 청소로봇분야 등이 그나마 초기 시장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TV, 전화기가 그러했고 휴대폰이 그러했듯이 1가구 1로봇, 또는 1인 1로봇 시대가 머지않아 올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망을 누구나 할 수 있으나 그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TV가 보급될 때 특허를 신경쓰는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특허를 논하지 않고서는 기술개발을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즉, 보호장치가 없는 기술개발은 무의미해졌다.

 현재 우리나라 지능형 로봇기술 현황을 살펴보면 지능·인식·조작분야 등 원천기술분야에서 선진국과 2.5~3.5년의 격차를 보이고 있고 세계시장 5위라는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단품화 위주의 중·단기 기술개발로 인해 원천기술 확보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또 연 매출액 50억 미만의 중소기업이 로봇기업 전체의 86%를 차지하면서 민간주도의 시장수요 창출 역량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우리 로봇산업이 역량강화와 R&D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어려운 구조적, 기술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며, 특허분쟁에 휘말릴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로봇은 여러 가지 기술이 융·복합된 기술복합체라는 특수성을 지닌다. 단품화 위주의 R&D와 기술요소별 R&D가 병행돼야 개발 결과를 다른 R&D 과제 및 제품에 응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특허분석 또한 단품화 특허 전략만으로는 특허전쟁의 시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의료로봇분야의 특허를 획득했다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청소로봇 기술에 의해 그 특허가 무효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분야의 기술·시장 선점 및 특허분쟁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지능형 로봇분야 전체의 특허 상태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체계를 세워야 한다. 기술별 분류건 산업별 분류건 일단 로봇분야 전체의 특허들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서 어떤 특허들이 있는지 앞으로 어떤 로봇을 만들어 내야 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알아내야 한다. 특허 로드맵이든, 입체전략이든, 청사진이든 만들어내고 분석해서 앞으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국산 로봇의 밑그림을 그려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 예산도 투입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도 구성하도록 하자. 몇 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분석하고 기초를 다져서 세계 누구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개발방향과 기술을 만들어 내도록 하자. 현재 전 세계에 공급된 휴대폰 4대 중 1대가 우리나라 제품이듯이, 10년 후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로봇이 메이드 인 코리아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icaneve@kipo.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