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상원법사위를 통과한 지식재산권보호법(Protect IP Act)이 IT업계와 이용자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반대 기류가 확산되면서 입법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인 벤처캐피털리스트(VC)가 이례적으로 특정 법안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제출하는 한편, 이 법안을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에는 35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참여했다. 상원 법사위 소속 의원조차 반대 성명을 발표해 전체 회의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고된다.
이 법안은 민간 기업이나 정부 기관이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지재권 침해와 관련한 검색 중단을 명령하거나 저작권 침해 사이트의 도메인 네임 서버(DNS) 차단을 요청할 수 있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사법부에 지재권 침해와 관련한 웹사이트를 엄격하게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최근 미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VC) 50인은 “인터넷 산업에 대한 투자를 억압하고, 혁신을 저해해 미국의 경쟁력을 해칠 것”이라며 이 법안 반대 성명을 냈다. 페이스북, 스카이프 등 미국 내 주요 인터넷 업체에 투자한 VC들이 반대 성명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법안 내용 중 ‘인터넷 서비스에 불법복제와 관련한 사이트의 링크나 검색을 지우도록 한 내용’이 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릭 슈미츠 구글 대표는 이 법안을 중국의 인터넷 감시에 비유하며 “DNS차단은 매력적인 해법처럼 보이지만 매우 나쁜 선례”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비영리기구인 전자프론티어재단(EEF)도 법안이 인터넷 보안 위험을 야기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며 인터넷 혁신에 훼방이 된다고 반대 의견을 공표했다. EEF는 의원들에게 ‘이 위험한 법안’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한 이용자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에는 이미 35만명이 참가했다.
뉴욕 타임스, LA 타임스와 같은 주요 언론들도 해당 법안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사설에서 “지재권을 보호하는 것만큼 인터넷 산업 보호도 중요하다”며 “상원 전체회의 전에 수정돼야 한다”고 논평했다.
상원 법사위원회 의원인 론 와이덴은 법안 통과 직후 반대 성명을 내고 “법안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경제 성장과 혁신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밸런스를 맞추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지식재산권보호법은 음악, 영화 등 콘텐츠 제작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쉽게 통과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연내 열릴 예정인 상원 전체회의 통과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