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대한 탄생’, ‘코리아 갓 탤런트’, ‘댄싱 위드 더 스타’ 등과 같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소위 ‘포맷바이블’이라는, 외국에서 성공한 프로그램 제작방식을 수입해 국내 실정에 맞게 제작 방송하는 것이다. 시청자를 즐겁게 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프로그램 제작의 근간인 창의성과 독창성 그리고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부정적 요인도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포맷을 수입해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이유는 해외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국내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보장할 수 있으며 실패 위험이 적은 데 기인한다. 이는 수입 포맷에 제작방식 등의 내용 뿐 아니라 수출된 세계 각국의 시청율과 마케팅 자료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6월 초 방송된 `코리아 갓 탤런트`는 영국의 프리맨틀미디어의 `갓 탤런트` 포맷으로 국내 첫 방송에서 약 1.78%의 시청률로 케이블TV 동 시간대 전체 중 1위를 차지했다. 세계 36개국에 포맷으로 수출했으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폴 포츠, 수잔 보일 같은 일반인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유명 프로그램이다. 사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오락 프로그램 10개 중 약 7개 이상이 포맷으로 제작됐다고 말할 정도로 포맷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
세계 포맷시장 규모는 약 30억유로(약 4조원)로 파악된다. 지난 10년간 완성된 프로그램의 유통이 거의 정체됐지만 포맷 유통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세계적으로 포맷을 수입해 제작·방송하는 국가는 미국과 독일 그리고 프랑스 순이다. 영국은 전 세계 포맷의 약 절반을 수출하는 국가로 엔데몰, 프리멘틀미디어, ITV, BBC월드와이드와 같은 포맷전문 회사를 보유했다.
포맷 거래의 장점은 대부분의 거래가 러닝 로얄티 개념으로, 방송하는 기간에 따라 거래 금액이 결정돼 한 번 성공하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파급효과가 매우 커서 투입비용 대비 수익창출 효과가 높다는 데 있다. `빅 브라더` 는 세계 80여 국가에 수출돼 엔데몰을 세계적 포맷 전문기업으로 인정받게 했다. 프리맨틀미디어의 ‘팝 아이돌(Pop idol)’은 ‘아메리칸 아이돌’의 브랜드로 더욱 많이 알려져 효자상품 역할을 톡톡히 한다.
국내 포맷 비즈니스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 방송시장이 협소하고 비드라마, 특히 오락 프로그램은 해외진출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포맷은 충분한 상품 가치가 있다. 수입 포맷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창작 포맷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창작 포맷 활성화를 위해 방송사와 제작사는 포맷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국내 오락 프로그램은 많으나 판매할 포맷은 많지 않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를 위해 포맷 바이블 거래, 컨설팅, 기술 지원의 플라잉 프로듀서 제도 등 세계적인 포맷 판매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포맷창작을 활성화할 수 있는 포맷 전문 랩(Lab)과 같은 전폭적인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포맷은 프로그램 단위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작가 차원에서 창의력을 집중해 상품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단계가 있어야 한다. BBC월드와이드 해외총괄프로듀서 덩컨 쿠퍼가 “방송사뿐만 아니라 제작사의 포맷 개발에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작권과 같은 제도적 정비가 창의적 활동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인 점을 감안해 아이디어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