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그때 그 전봇대는 어디로 갔을까

[데스크칼럼]그때 그 전봇대는 어디로 갔을까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전봇대가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대불산업단지에 세워져 있던 전봇대가 수년 간 화물차량의 통행에 불편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전봇대’ 뽑기가 유행했다. 전봇대는 규제의 상징이었다.

 그렇다면 집권 4년차, 차기 대통령 선거를 1년 반 가량 앞둔 요즘은 어떨까. 경제계와 산업계의 박수 소리는 줄어든 듯하다.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는 규제 개혁이나 완화는 국정과제 순위에서 다소 밀린 느낌이다. 점점 커지는 정부와 국회 앞에서 기업들은 움츠려들고 있다.

 개인적인 느낌일 수 있지만, 행정·사법·입법부는 3년 전보다 활동력이 왕성해졌다. 이건희·허창수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은 여러 이유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초과이익공유제 발언 이후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는 세무조사를 받았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국회 출석이 요청된 상황이다.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만 16세 이하 청소년들의 심야 게임 금지를 골자로 한 셧다운제가 11월 법 시행이 예고된 가운데 갈수록 강한 처방전이 만들어지고 있다. 게임업체가 한해 벌어들인 매출의 1% 범위 내에서 기금을 걷거나, 게임을 하려면 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게 그것이다. 한마디로 ‘강한 법률’만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감기약 효과도 보지 않고 항생제부터 먹이려는 것과 다름 아니다. 말을 속으로만 삭이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 공정사회 구현을 국정 어젠더로 던졌다. 정부가 견지한 국정운영 철학에 비춰볼 때 다소 파격적이다. 평등과 복지를 지향했던 과거 정부와 달리 줄곧 경쟁을 강조했던 탓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거나 ‘잘한 결정이다’ 등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연일 정부와 매스컴의 화두는 공정사회다. 이러다 보니 ‘특정 사안에 대해 이게 공정하냐, 아니냐’가 약방의 감초 같은 얘깃거리가 되곤 했다.

 공정사회가 집권 후반기 화두로 던져진 이후 숨은 전봇대 찾기 보다는 대·중소기업 상생과 동반성장, 공정거래에 힘이 실리고 있다. 흡사 경쟁과 공정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가 대한민국이라는 마차를 이끄는 양대 축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대기업과 대기업 간에는 ‘경쟁(X축)’이, 소위 갑을관계로 대변되는 대·중소기업 관계에서는 ‘공정(Y축)’ 그래프가 그려진다.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지는 법안이 국회의 영향력을 더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만들어 지는 일은 없는지 뒤돌아 볼 때다. 국가기관의 정당한 활동일 수 있지만, 혹여 받아들이는 사람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전봇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한 국가와 약한 기업 간에도 공정의 룰이 필요하지 않을까. 분명한 것은 ‘침묵의 나선이론’ 속으로 들어가는 사회는 건강성을 잃게 되는 법이다.

 김원석 게임콘텐츠팀장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