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자본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28일 대학로에서 열린 ‘문화재정 확충을 위한 대토론회’ 기조연설에서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이론을 인용, 문화자본 투자를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지금까지는 경제자본의 시대였지만 앞으로 문화자본의 시대가 될 것”이라면서 “문화자본은 미술과 교육처럼 축적은 물론이고 재생산이 가능하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부는 올해 3조4000억원의 예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도 예산을 4조5000억원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수립해 놓고 있다.
이 전 장관은 “교육문제 등 모든 이슈가 경제자본에서 문화자본으로 옮겨 오고 있는데도 그 변화를 모르고 있다”면서 “신언서판으로 대변되는 신체자본, 즉 몸이 자본이라는 것만 인지해도 문화예산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늘날의 교육제도는 90%가 문화와 관련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전 세계 7억명이 이용하는 페이스북을 설립한 저커버그가 어떤 신체자본을 갖고 돈 아닌 지혜를 상속받았는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면서 “익명성 위주의 인터넷 가면 무도회를 벗어나 실명제를 선택한 결정이 엄청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다”고 강조했다.
한국 상황도 유사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령 전 장관은 “산삼과 해삼보다 집에서는 고3이 최고”라면서 “이 아이가 문화자본의 결정체일 수 있다”고 교육이 문화자본의 대표적인 것이라고 소개했다.
20세기 초 수많은 창조적 예술가를 낳았던 러시아의 현 상황은 문화자본 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 예산 때문에 문화예산이 가장 먼저 깎인다”면서 “생선을 주는 게 사회복지라면 생선을 잡는 요령을 알려주는 게 문화복지”라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는 1도가 모자라 끓지 못하는 부문이 많다”며 “이미 99%가 만들어진 분야에 문화부가 1%를 도와주면 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병국 장관은 이날 인사말에서 “정부의 문화콘텐츠 산업 예산은 48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0.16%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세계 콘텐츠 산업에서 2.2% 규모로 9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조금만 더 뒷받침하면 5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데 이는 문화재정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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