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해외 전력시장에 뛰어든 것은 1993년이었다. 당시 수장을 맞고 있던 이종훈 사장은 경영다각화와 해외전력사업 진출에 강한 경영의지를 보였었다. 여기에는 문민정부의 국정지표였던 국제화의 신경제건설 동참이라는 대명분도 있었다.
한전은 해외사업 초기 전략으로 국제협력 강화를 내걸고 중국 광동원전 정비기술 용역사업을 시작으로 필리핀 바탄원전 재가동 사업, 중국 옌지열병합발전사업 등을 추진했다. 그 결과 1993년 12월 중국 광둥원전에 정비기술을 수출하는 최초의 성과를 거뒀다. 이후 1995년 필리핀 말라야화력발전소 성능 복구 및 운영사업 입찰에 참여한다. 한전은 이 입찰에서 일본·홍콩·대만·필리핀 기업들을 제치고 낙찰에 성공한다. 여기에 120만㎾ 일리한가스복합화력 발전사업 입찰까지 수주하며 필리핀 전체 설비용량의 14%인 185만㎾의 설비를 운영하는 대규모 민자발전사업자로 부상했다.
연이은 해외사업 성과로 자신감을 얻은 한전은 1998년부터 시련기를 겪었다. 1997년 후반 IMF 관리체제를 맞으면서 해외투자사업이 중단위기에 처했던 것. 고육지책으로 중국 투자사업을 모두 중단하는 대신 보유기술 상품화 등 투자부담이 없는 단순 용역사업에만 주력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발전 부문이 분할되면서 한전은 송배전 분야의 해외진출을 모색하게 된다. 가시적인 성과는 2001년 미얀마 전력망 진단 사업 수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500㎸ 송전전압 격상 기본계획, 전력계통 운영 및 보호시스템 구축사업 등으로 확대됐다. 2005년에는 캄보디아의 전력망 마스터플랜 용역사업을 수주했다. 이는 국내 최초로 국제금융기구인 세계은행의 자금이 투입된 기술용역을 수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프로젝트였다. 이후 베트남·인도네시아·이집트 등지에 배전자동화시스템을 적용하면서 국내 배전기술의 현지 접목이라는 도전을 수행했다.
중국에서는 다탕집단공사와의 ‘공동 사업개발 및 협력협약’을 계기로 최대 풍력사업자로의 포문을 열었다. 한전이 2대주주로 발전소 운영에 참여한 까수성 풍력사업은 전체규모 9만8800㎾급으로 최초의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이기도 했다. 추가적으로 총 112만3000㎾의 네이멍구 및 랴오닝성 풍력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이 사업은 현재 4·5·6단계 건설이 한창이다.
필리핀에서 발전운영사업에 성공한 한전은 보폭을 넓혀 중동으로 진출한다. 2005년에는 레바논 복합화력발전소 운전·정비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일궜다. 2006년에는 디아르아마르와 자라니 발전소를 인수해 레바논 발전량의 47%를 담당하고 있는 두 발전소를 운영했다. 이어 2008년 사우디아라비아 제넬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요르단 가스복합발전 사업을 유치해 한국컨소시엄 최초로 세계 전력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일본 스미토모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1600㎿급 슈웨이핫 S3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건설 및 운영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전 해외사업에 있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수출을 빼놓을 수는 없다. 한전의 원전수출은 2008년 말 UAE 측이 사업참여를 공식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분위기는 프랑스의 압도적 우위로 수주 가능성은 5%에 불과했다. 한전은 태스크포스를 다시 확대 개편하고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기술·한전원자력연료·한전KPS·두산중공업·현대건설·삼성건설 등 국내 기업들을 대거 참여시켰다. 국내외 11개사의 원자력 전문가 80여 명으로 구성된 드림팀을 꾸린 결과 2009년 12월 27일 한국 컨소시엄이 UAE 원전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한전 해외시장 개척 15년 만의 첫 원전수출이자 총계약금 200억달러의 건국 이래 최대 규모 플랜트 수출사업이다.
UAE 원전 사업은 지난 3월 14일 원전건설 현장인 UAE 브라카에서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건설에 돌입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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