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리 쏘리… 내가 내가….” 지난 6월 초 파리 르제니트 공연장에서 한국 방문의 해를 기념해 열린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소녀시대의 공연은 ‘K팝(POP)’에 열광하는 파리지엔들로 인해 예상을 초월한 대성공을 거두었다.
“헤어지자 보내온 그녀에….” 애절한 통기타 반주에 호소력 있는 듀엣 목소리가 길거리에서 나오면 ‘7080세대’ 치고 발길을 멈추지 않은 이가 있을까. 옛 추억에 한동안 상념에 젖는 사람도 많다. ‘세시봉’은 불어로 ‘아주 좋다’는 뜻으로 서울 무교동 음악다방이다. 오랜 기간 기억 속에 멀리 사라진 세시봉 친구들이 지난해 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이후 걸 그룹 못지 않게 화려하게 부활했다. 덕택에 통기타 매출까지 급증했다고 한다.
걸 그룹 팬들은 비디오 세대에 걸맞게 가수의 목소리보다 춤이나 외모를 중요하다고 여긴다. 세시봉 친구들에 매료된 7080세대는 가수의 생명은 역시 목소리라고 한다. 가수 자질을 두고 부모와 자식 간에 논쟁까지 벌인다.
두 주장 모두 맞다! 오디오 세대에 중요한 것은 목소리지만 비디오 세대엔 춤과 외모가 중요하다. 목소리로만 승부를 건 세시봉 친구들이 최근 화려하게 부활한 점이 이채로울 뿐이다. 그런데 K팝과 세시봉은 갈등이 아닌,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수업 중 느꼈다. 비디오 세대인 대학생들이 비틀즈나 아바를 여전히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다.
K팝 돌풍과 세시봉의 부활을 어떻게 볼 것인가. 분위기나 상대에 따라 적재적소에 선택하면 우리 삶의 질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K팝과 세시봉은 공존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갈등 관계이지만 지혜롭게 공존해 시너지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뉴밀레니엄 소통미디어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이메일 등이다. 그런데 소셜네트워크 시대에도 전화나 만남은 여전히 큰 위력을 발휘한다. 온라인 친구들이 호프데이 등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만나지 않는가. 소셜네트워크를 K팝 돌풍에 비유한다면 전화나 만남은 세시봉 부활에 해당한다.
어떤 이는 ‘아들 입대 늦춰야 하는데 병무청 아는 사람 있으면 연락주세요. 급해요ㅠ’라는 문자를 받고 놀랐다. 중차대한 일을 문자로 보내다니! “그 때 만나자. 장소는 다시 연락할게”라고 통화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로 “장소는 에스넷으로 하자”는 말에 짜증났다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전화나 만남이 필요한 사안이며, 후자는 문자메시지로 충분하다.
소통미디어를 잘못 선택해 갈등하는 경우도 있다. “이 녀석은 직접 찾아와 얘기하지, 항상 문자로만 보내!” “이 사람은 문자로 해도 될 걸 바쁜데 자꾸 전화해!” 세시봉 세대는 전화나 만남만이 예의라고, K팝 세대는 비 대면인 소셜네트워크만으로도 소통이 충분하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부를 노래를 고를 때 분위기와 상대에 따라 K팝이나 세시봉을 택하듯 업무 성격이나 난이도에 따라 소통미디어로서 소셜네트워크나 전화 또는 만남을 선택해야 한다. 거의 성사된 비즈니스 협상이 소통미디어를 잘못 선택해 결렬되는 일도 있다고 한다. 회사나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효율적인 소통미디어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소통미디어의 선택이 불필요한 갈등까지 야기해 국력을 낭비한 경험도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 학교나 직장은 물론이고 가정의 소통미디어에 관심을 가져 보자. 국가와 직장의 경쟁력 강화 그리고 부모와 자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오재인 단국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 jioh@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