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수’는 원래 쌀의 소비를 진작시키는 차원에서 멥쌀가루로 만든 국수류인데, 어느새 베트남 쌀국수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2000년대 초 국내에 첫선을 보인 베트남 쌀국수는 웰빙 열풍을 타고 낮은 칼로리와 담백한 맛을 자랑하며 대표적 외식 메뉴로 자리매김했다.
베트남 쌀국수는 100여년 전 방직공업이 번성했던 베트남 남딘 지역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고기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던 것이 시초라는 설과 프랑스 통치 시절, 프랑스의 야채스프인 ‘포오페’(Pot au feu)가 베트남의 식재료에 맞게 변형되었다는 설이 있는 슬픈 역사의 음식. 하지만 이후 베트남의 대표 서민 요리로 정착하고 현재는 세계화에도 성공해 역사의 반전을 보여준 음식이다.
쌀국수는 들어가는 재료와 육수의 종류에 따라 수십 가지 맛을 내는데, 크게 소고기로 맛을 낸 ‘퍼보’와 닭고기로 맛을 낸 ‘퍼가’로 구분된다. 진한 육수 맛만으로도 쌀국수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더욱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국수를 받자마자 따로 나오는 생숙주를 면 아래로 넣어 숨을 죽이고, 레몬 즙을 내어 국물에 뿌려 풍미를 더한 후, 고기는 3:1 비율로 맞춘 칠리소스와 해선장에 찍어먹는 방법이 있다.
포하노이(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02-568-9420)는 베트남 현지 주방장이 운영하는 곳이지만, 특유의 코리앤더 향 때문에 쌀국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강력 추천할 수 있을 만큼 한국화된 맛을 자랑한다.
소뼈와 양지로 우려낸 시원하고 진한 국물로 유명하며 양지와 안심이 올라간 ‘퍼보’와 독특한 소스를 만나 화려하게 변신한 야채볶음밥, ‘꼼징능주’가 대표 메뉴다.
베트남어로 ‘선물하다’라는 뜻을 가진 땅(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02-554-0707)은 12시간 고아낸 육수의 ‘쌀국수 오리지널’과 ‘분차’가 유명한데, 특히 분차를 제대로 하는 곳이라고 정평이 나 있다.
리틀사이공(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02-547-9050)은 베트남 음식을 국내에 알린 원조격 베트남 음식점이다. 쌀국수와 짜죠를 함께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세트메뉴가 있어 한 개만 선택해야 하는 고민에 빠지지 않아도 된다.
분타(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031-704-2201)는 분당 최고 쌀국수집으로 알려져 있다. 쌀국수의 진한 국물 맛도 좋지만 볶음류가 더 맛있다는 평이다. 특히 ‘팟타이’와 ‘베트남식 깐풍기’ 등이 인기다.
가남지(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042-861-7557)는 퓨전 베트남 요리 전문점이다. 밥과 함께 나오는 ‘똠양꿍’이 대표 메뉴이고, 파인애플 속을 빼고 볶음밥을 담은 ‘파인애플볶음밥’과 철판에 각종 야채와 견과류를 넣어 볶은 ‘철판쌀국수’도 인기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