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구본준의 승부수를 기대한다.

  [데스크라인] 구본준의 승부수를 기대한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인화(人和)’를 중시하는 LG의 가풍과는 거리가 있다. 독하고 승부수를 던질 줄 안다.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사장시절 삼성전자가 시황이 불투명하다며 5세대 라인 투자에 주저할 때 과감하게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 LCD 사업에서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를 앞선 것도 구본준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 사장 때 외쳤던 ‘확실히 1등 합시다’가 직원에게 각인된 덕분일 듯싶다.

 스마트폰 전략 실패로 이류회사로 주저앉을 위기에 놓인 LG전자 집도의로 그가 선임된 것은 이 같은 승부사적 기질 때문이었을 테다. 구 부회장 등장에도 회복까지는 긴 여정이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옵티머스 2X와 같은 희망적인 제품도 보이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 최근 컨슈머리포트 등 외부 평가기관들의 우호적인 LG전자 3DTV 품평에도 불구하고 삼성과의 점유율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심각한 것은 치유한 이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애플은 논외로 치더라도 스마트폰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인력의 질과 양에서 HTC에 크게 밀린다. 애플, 삼성전자가 휴대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자체 개발해 하드웨어 경쟁에서 앞서가지만 LG전자는 전적으로 외부에 의존해야 한다. 현재 인력·사업구조로는 앞으로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에서 경쟁사를 앞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구 부회장의 고민일 듯싶다.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책은 있다. 이미 시장에서도 수차례 언급됐다. 하이닉스 인수가 그것이다. 물론 하이닉스가 메모리 전문기업이어서 시스템반도체 역량강화가 절실한 LG전자에 당장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 그러나 하이닉스가 수년 전부터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여러 씨앗을 뿌린데다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공정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LG전자에게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스마트 기기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기술까지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빅딜 당시 CEO였던 그는 하이닉스의 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구 부회장이라도 이 얘기를 입밖으로 꺼내기는 쉽지않다. 그룹총수와 최고위층이 아예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논의자체를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신규사업은 적극적으로 논의하지만 하이닉스 인수에 대해서는 이성적인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는 게 LG그룹의 모습이다. 빅딜의 트라우마가 워낙 컸던 탓이다.

 하이닉스 매각은 클라이맥스로 접어들고 있다. 현대중공업이라는 새 변수도 등장했다. 어쩌면 이번이 LG전자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구 부회장이 내부의 장막을 걷어내고 과연 승부수를 던질 것인가. 결단의 시간은 이제 일주일이 채 안 남았다.

 유형준 부품산업부장 hjy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