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과 창작은 이제까지 없었던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 행위다. 스마트폰은 발명품이고 소설은 창작물이다. 이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징이 있다.
스마트폰은 모래 속의 규소, 석유 속의 고분자 화합물, 몇 가지 광물질 등 비교적 흔한 물질을 섞은 발명품이다. 이들 재료에 물리학과 화학, 수학을 응용한 기술을 결합해 만들었다. 재료와 방법만 보면 별 것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 결과는 위대한 발명품이다. 스마트폰의 가치는 제조원가에 이윤을 붙이는 방식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재료비와는 비교가 안 되는 기술료를 인정하고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사람도 기꺼이 동의한다.
창작물 중에 소설이 있다. 소설 역시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었다. 소설은 읽는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소설가는 자신의 소설이 자신의 이름과 함께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을 믿는다. 100년이 지나도 자신의 이름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 믿는다. 소설이 스마트폰처럼 높은 이윤을 보장하지 못하지만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발명품의 발명특허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저자의 인격권이다. 창작자가 누구라는 것을 표시할 수 있는 권리가 소위 인격권이며, 창작자는 자신이 창조한 작품이라는 것만은 꼭 기억해 주기를 기대한다. 소설책이 팔려서 책의 주인은 바뀌더라도 소설의 저자는 여전히 자신이고, 그림과 조각품의 주인이 바뀌어도 그림과 작품의 창작자는 여전히 그 사람이다. 스마트폰은 돈 주고 사면 내 것이지 스마트폰을 발명한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예술적 혹은 학술적 창작물은 주인이 바뀌어도 저자는 남아 있다.
저작권 또는 지적재산권으로서의 인격권이란 과연 무엇일까. 단지 저자의 이름을 붙여주기를 바라는 것만은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창작물을 모독하는 행위를 용서하지 못하고, 타인이 작품을 변조하거나 훼손하는 것을 보면 분노를 느낀다. 자신의 창작물에도 자신과 같은 인격과 영혼이 담겨 있다고 믿기 때문에 창작물을 모독하는 것은 자신을 모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저작권이 인격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로서 판권료를 받고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재산권도 포함한다. 창작자들도 자신의 문학 작품이나 미술, 영화 등에 붙여진 가격에 만족하지는 않지만 받아들인다. 물건의 가격보다 보이지 않은 인격권의 가치가 더 크다는 자부심이 있기에 때문이다.
창작자에게 저작권의 의미가 재산권보다는 인격권에 큰 비중이 있음을 인식하자. 특히 공자의 사상을 중심으로 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창작자의 인격권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창작자는 문화와 지식을 베풀고 작품을 나눔으로서 더 높은 가치를 재창조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 좋겠다. 작품을 감상하는 이용자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음을 알고 창작자가 행복함을 느낀다면 창작자는 창조자의 여유와 포용력을 지니게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창작자 자신과 창작물은 생명체처럼 존중을 받고 창작물의 재산권은 자연스럽게 보상되며 창작자는 경제적으로도 풍족해 질 수 있다. 창작자의 인격권이 있기 때문에 저작권 분쟁은 더 이상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음악과 영화 분야에서 한류 영향력이 우리나라의 국력과 경제력을 떠받치는 것을 보면서 우리 문화와 지식 경쟁력을 다시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외국 문화를 수입하는데 급급했던 시절과는 다른 시각에서 창조자의 권리를 생각하게 된다. 저작권에 대한 이슈는 좋은 법률을 제정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확산되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새로운 창작 노력이 꽃을 피울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는 환경 조성이다.
서정욱 서울대 의학도서관장 jwse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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