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 계열사의 지분을 늘리면서 수직계열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신공정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고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0일 자사 계열인 반도체 후공정 장비업체 세크론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 보유 지분을 73%로 늘렸다고 밝혔다.
세크론은 지난 1993년 삼성전자가 일본 장비업체인 도와(TOWA)와 합작해 설립한 후공정 장비 전문업체다. 설립 당시부터 최근까지 삼성전자와 도와가 각각 지분 50.63%와 22.5%의 지분을 보유해왔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추가 매입한 지분은 도와가 보유한 지분을 전량 인수한 것으로 매입 대금은 87억4044만원이다.
세크론 지분 확대는 지난해 디스플레이 전공정 장비업체 에스에프에이의 지분 매입,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아이피에스의 전환사채(CB) 인수,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공정 장비업체 세메스의 지분 추가 매입 등에 이어 네 번째다.
합작사 형태로 설립한 이후 합작했던 업체의 보유 지분을 다시 전량 매입한 것은 세메스 이후 두번째로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로 전공정과 후공정 장비 업체를 모두 자회사 개념으로 전환됐다. 반도체 업계에는 지난해 10월 삼성전자가 세메스 지분을 인수할 당시, 세크론의 지분도 추가로 늘릴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삼성전자는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었다.
삼성전자는 세크론 지분 추가 매입과 관련해 “생산성과 공정관리 능력 향상 등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며 “기존 협력사인 일본 도와와의 협력관계는 변함없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장비 업계는 일본 합자사와의 협력 관계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판단했다.
한 관계자는 “세메스와 세크론 모두 합작한 일본 업체로부터 최근 몇년간 특별한 기술 이전은 없었으며 장비 개발은 삼성전자와 함께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잇따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지분 매입에 대해 투자 이익 확대 차원이 아닌 신기술 유출 방지와 신속한 핵심기술 개발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장비 업체와 기술 유출 문제가 불거진 이후 협력사에게 단독 지원팀 운영을 요청할 정도로 기술 보안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며 “지분 확보를 통해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는데다가 신기술을 공동 개발할 경우 글로벌 장비 업체에 비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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