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CEO들의 학습 열기, 우리나라 희망 있다

서영길
서영길

지난해 말 하버드 대학이 발행하는 경영경제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흥미로운 기사 한 편이 게재됐다. 미국 내 성공 기업과 기업인의 공통점을 찾아봤더니 “사업 운이 매우 좋았다”고 응답했다. 또 이들의 공통 행동과 습관을 알아보니 세 가지가 나왔다. 강한 지적 호기심, 나는 행운아라는 낙관적 자세, 유연하고 겸손한 태도다. 이들은 늘 자기계발을 하며 신간 경영서적이 나오면 반드시 훑어본다. 흥미로운 신기술 제품을 남보다 먼저 써보고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에 빠지지 않아야 직성이 풀린다. 새것에 대한 매우 적극적 개방적인 자세다.

 이 기사를 읽으며 나는 우리나라 CEO들에게 이 정도 자기계발노력은 보통 수준이 아닌가 생각했다. 우리나라 CEO와 임원들의 뜨거운 학습 열기도 새삼 확인했다.

 출중한 능력을 인정받아 기업 최고 자리에 오른 이들이지만 새 경영이론과 전문지식을 배우려고 임원교육 전문기관을 통해 공부하는 이가 매우 많다. 새벽에 또는 일과 후 저녁에 시간을 내 수업을 듣는다. 회사 단위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다른 임직원과 함께 듣고 회사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CEO 학습 열기가 높은 이유는 기업 간 경쟁과 생존의 큰 틀이 급속도로 변하며 그 기반에 지식과 창조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 자유화로 돈과 자원과 인력의 국경 간 이동이 훨씬 자유로워지고 창업과 생산은 과거와 달리 매우 쉬워졌다. 반면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한 시장 경쟁은 글로벌 초경쟁 상태에 돌입했다. 초경쟁시장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 제고를 통한 차별화만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데 차별화는 지식과 창조를 통해 가능하다. 그 과정을 보면 먼저 새 지식이 조직과 개인에게 유입되고 축적되면서 지식 간 연상작용과정을 통해 조직 차원의 창조가 일어난다.

 이달치 HBR에 ‘가장 성공한 글로벌 기업으로 떠오른 삼성의 파라독스’라는 논문이 게재됐다. 이 글에서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삼성의 성공요인으로 미국식 경영과 일본식 경영을 절묘하게 섞은 비빔밥 경영전략과 함께 학습조직 구축을 위한 장기적 투자와 인재 투자를 지목했다. 임직원교육을 통해 획기적인 경영실적개선을 경험한 어느 중견기업의 CEO는 “사람은 누구나 새 지식을 배우면 이를 써먹지 않고 못 배기는 성질을 갖고 있어 경영실적이 향상되지 않을 수 없더라”고 회상한다. 하믈며 CEO가 솔선해 학습열풍에 빠지면 회사 전체의 학습조직화를 쉽게 유도할 수 있다.

 CEO와 임직원의 학습열풍은 국가·경제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경제의 초석인 기업 경쟁력이 제고되기 때문이다. CEO와 임원들이 배움에 앞장섰기 때문에 우리는 외환위기와 국제금융위기를 어느 나라보다 더 슬기롭게 이겨냈다. CEO들의 배움 열기가 지속되는 한 우리 경제의 발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