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준비가 된다면 언제든 모바일 영상채팅을 출시할 것입니다.”
지난 6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이 영상채팅 도입을 발표한 후 아태 지역 언론을 대상으로 개최한 콘퍼런스콜에서 페이스북 영상채팅담당 엔지니어 피터 댕이 한 말이다.
그는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주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기에 당장은 모바일 채팅 출시 계획이 없다”면서도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추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영상채팅은 스카이프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개발됐다. 스카이프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됐고, MS는 모바일 운용체계(OS) 시장 열세를 만회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MS는 페이스북의 전략적 투자자이고 노키아와도 파트너다. MS와 페이스북, 스카이프, 노키아의 관계를 생각하면 페이스북 모바일 영상채팅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 모바일기기로 언제 어디서든 페이스북 친구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존 밸류 체인을 지키고 싶어하는 통신사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커뮤니케이션이 바뀌고 있다. 웹과 모바일, 소셜의 결합은 통신의 기존 구조를 흔들고 있다. 인터넷 및 휴대폰 제조사 등이 통신사들의 밸류 체인을 우회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기존 통신 시장을 지켜 오던 진입장벽은 무너져가고 있다.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와 인터넷 음성통화(mVoIP)의 결합, 대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의 유무선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등이 시발점이다.
◇작은 모바일 메신저가 시장 흔든다=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가입자 20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대부분이 설치한 ‘국민 대화 채널’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문자메시지 수요는 카카오톡이 흡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카오는 음성통화 mVoIP 인력을 채용해 관련 기술도 개발 중이다.
다음의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은 아예 mVoIP 기능을 제공한다. 음성통화 기능 도입 후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카카오톡과 마이피플의 성공은 사용자들이 새로운 가치를 지닌 통신서비스에 얼마나 목말라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통신사들은 망 부하 문제 등을 거론하며 공격해 보지만, 이들 서비스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대부분 사용자에겐 마이동풍이다.
이미 스카이프나 바이버 같은 외산 mVoIP 애플리케이션들이 화제가 됐고, 국내서도 유사 서비스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더 이상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서 통신사의 논리를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 IT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삼국지=글로벌 IT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들도 진화하고 있다. 구글이 야심적으로 내놓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구글 플러스원’에는 ‘수다방’이란 그룹 영상채팅 기능이 있다. 별도 프로그램 없이 웹에서 바로 친구들과 영상채팅을 할 수 있다.
향후 모바일 버전, 스마트TV 버전 등이 나오면 언제, 어디서, 어떤 플랫폼에서건 친구들과 대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애플의 아이메시지와 페이스타임, 삼성전자의 자체 모바일 메신저 등 휴대폰 제조사의 통신 시장 공략도 가속화되고 있다.
◇변화하는 커뮤니케이션=커뮤니케이션 형태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메일조차 젊은 세대에겐 구시대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여겨진다. 컴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이메일 사용량은 최고 수준이었던 2009년보다 6% 줄었다. 18세 이하 청소년층에선 감소율이 18%에 달했다. 이 수요는 소셜네트워크를 흡수했다.
미국에선 이미 젊은 세대가 문자나 이메일, 전화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페이스북은 자체 쪽지와 이메일, 문자메시지를 결합한 통합메시징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영상채팅까지 더해졌다. 7억5000만 페이스북 이용자가 페이스북 안에서 메시지와 음성, 영상으로 대화할 수 있게 된다.
소셜네트워크 사용자 기반을 갖춘 페이스북, 웹 기술로 통신을 빨아들이는 구글, 강력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지닌 애플 등이 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시장을 노리고 있다. 국내에선 토종 업체들이 장악한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음성 및 영상 서비스 품질 안정화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향후 통신망 자체가 LTE 등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통신 서비스 구도가 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외 IT기업 통신서비스 현황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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