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제2의 저커버그 키웁니다"

 ‘IT 벤처기업 공동화 현상’을 앓았던 미국 보스턴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캘리포니아 팰러앨토와 뉴욕으로 이전하면서 커진 허탈감을 메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보스턴에 위치한 대학들은 ‘제2의 마크 저커버그’를 키우기 위해 분위기 띄우기에 한창이다.

 11일 블룸버그통신은 페이스북이 본사를 보스턴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전하면서 바뀐 분위기를 보도했다. 내셔널 벤처 캐피털 어소시에이션 이사회의 멤버 기업인 그릴리는 “우리가 페이스북을 놓친 것은 충격이었다”며 “보스턴은 페이스북 창업자인 제2의 마크 저커버그를 키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릴리는 지난 2009년부터 도그패치 랩, 테크스타스 등 젊은 기업가가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보스턴이 페이스북 같은 ‘대어’를 놓친 원인을 분석했다. 우선 보스턴은 인터넷 기반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 빌리 올랫 MIT 기업가정신센터장은 “보스턴의 벤처 캐피털리즘은 전통적으로 ‘눈에 보이는 상품’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IT 벤처처럼 상품화가 느린 것은 터부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보스턴 투자자들의 연령층이 높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소셜 네트워크 붐이 일어났을 때 이를 등한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 하워드 안델슨 배터리 벤처스 창업자는 “보스턴 투자자들은 대부분 55세 이상이 많다”며 “캘리포니아의 평균 32세보다 현격하게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19세에서 24세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페이스북을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최근 보스턴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트위터와 텀블러에 투자했던 스파크캐피털은 올해 다시 이 지역으로 돌아왔다. 알렉스 핀켈스테인 스파크 캐피털 매니저는 “우리가 보스턴의 뉴버리가에 다시 돌아왔을 때 모두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그간 하버드와 MIT는 전통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떠나보내곤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는 것. 앤드루 매컬럼 페이스북 전 직원은 “하버드에서 최근 활발하게 벤처 붐이 일고 있다”며 “도시 차원에서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버드와 MIT에서 창업과 연계된 학과가 가장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매컬럼은 “CS50이라는 컴퓨터 사이언스 학과가 보스턴 내에서 가장 수강생이 많다”며 “이는 바로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핀켈스테인 매니저는 “1인 기업이었던 텀블러와 직원 15명이 있던 트위터를 지원했을 때 모두들 비웃었다”며 “투자자들이 지금의 그들을 만든 것은 맞지만 현재는 그들이 직접 자신들의 가치를 설명한다”고 뒤바뀐 위치에 대해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