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범 부처 IT협력으로 미래를 열자

정경원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정경원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세 번의 도전 끝에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스포츠 문화 강국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우리 국민의 저력을 세계에 널리 알린 쾌거였기에 감격 그 자체였다. 특히 이번 성공은 치밀한 각본 아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합심하고 또 각자 제 역할을 충실히 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보면서, 합심과 협력이 얼마나 큰 저력을 발휘하는지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실사단 앞에서 보여준 2018명의 합창이라든지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8인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어투와 제스처, 표정까지 하나하나 세밀하게 계산을 하고 연습을 반복했다고 하지 않던가.

 돌이켜보면 우리 IT산업도 정부와 민간, 그리고 연구계가 합심해 괄목할만한 성과와 성장을 일궈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보급률, 세계 2위의 휴대폰 수출 등 IT강국의 면모를 세계에 보여줬다. 하지만 급변하는 IT 패러다임은 과거에 성과를 냈다고 미래까지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세계 10대 IT기업 현황만 보더라도 이러한 사실이 잘 드러난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1990년대 세계 10대 IT기업은 미국이 3개, 일본이 7개였다. 하지만 2010년엔 미국이 애플·구글 등 9개, 그리고 한국이 1개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에 일본은 전무한 상황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우리나라가 향후 10년, 20년 후에도 IT 강국의 면모를 지키려면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위한 또 다른 협력을 논의해야 한다. 즉, 이제 IT는 언제, 어디서나 만나게 되는 보편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됨에 따라 그 자체 성장도 중요하지만 다른 분야와 융합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IT 혼자서는 힘들고 문화든 의료든 다른 분야 제품이나 서비스와 결합했을 때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IT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과거 컴퓨터회사이던 애플이 통신과 음악·문화·소프트웨어·서비스가 결합된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시리즈를 잇달아 성공하면서 2011년 1분기부터 매출액 기준 세계 1위 기업으로 등극한 것이 좋은 사례다.

 사실 우리나라 IT업계는 아이폰 출시 이후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기업과 정부의 발 빠른 대응과 협력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세를 유지하게 됐다. 정부는 범부처 합동으로 ‘차세대 모바일 산업 주도권 확보 전략’을 마련해 관련 규제는 조기에 철폐하고, 소프트웨어 인력 확충, 관련 R&D 활동 강화 등을 통해서 아이폰 쇼크의 조기 대응에 기여하고자 했다. 요즈음 IT분야에서 향후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 클라우드에 대응하기 위해 범부처 합동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활성화 종합계획’을 수립해 산업 변화에 시의성 있게 대응하고 있는 것도 미래를 위해 좋은 협력의 사례로 들고 싶다.

 이와 같이, 범부처 협력사업의 활성화는 어려운 일은 쉽게 하고 강한 것은 더 강하게 한다. 실제로 IT와 다른 산업 융합의 경우, 가시적인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3년간 ETRI와 현대중공업이 공동 개발한 IT융합 선박통신기술, 인도네시아로 수출 예정인 T-50 고등훈련기에 내장된 IT융합기술, 자동차 분야에서 개발된 내외장 통합형 안테나 등이 대표적으로 IT 융합의 성공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성과들이 문화·관광·의료·교통·주택 등으로 확산되고 체화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범부처 협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미래를 대비해 4세대 이후 이동통신 환경 구축과 제품 및 서비스 시장 창출을 위한 전략이 범부처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디 훌륭한 열매를 지속적으로 맺어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평창이 하나된 마음으로 큰 성공을 이뤄냈듯이 하나된 마음으로 큰 미래를 만들었으면 한다.

 정경원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kwchung@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