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재송신 2라운드 격돌 `폭풍전야`

케이블TV의 지상파 방송 재송신에 대한 법원의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방송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방송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오는 20일 작년 9월에 있었던 재송신 관련 민사 본안 판결에 반해 지상파와 케이블업계가 각각 제기한 항소심의 결심 공판을 열 예정이다.

법원은 당시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CJ헬로비전, 씨앤앰, HCN서초방송, CMB한강방송 등 5개 주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대해 제기한 `저작권 등 침해정지 및 예방청구 소송`에 대해 케이블업체의 지상파 동시 재송신 행위를 금지한다며 지상파 쪽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간접 강제 이행금을 요구한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판결 이후 케이블업계는 일부 재송신 혹은 광고 중단 등 강경책을 내세우며 지상파 방송과 대립해 파행이 예상됐으나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를 봐 재송신 중단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제도개선 전담반을 꾸려 제도개선 작업을 벌이기로 했으나 아직 별다른 결과물을 도출해내지 못한 상황에서 항소심이 진행돼왔다.

◇지상파-케이블 재송신 항소심, 쟁점은 = 항소심 판결의 가장 큰 쟁점은 케이블TV가 지상파의 동시중계 방송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다.

케이블TV의 지상파 재송신이 난시청 해소를 위한 수신 보조 행위인지, 아니면 독자적인 방송 행위인지, 어떤 판단이 나오느냐에 따라 양측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재판부는 "케이블TV가 단순한 시청 보조적 역할이 아닌 독자적 방송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상파의 동시중계 방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케이블 SO가 지상파의 동시 재송신 행위를 금지했었다.

만약, 재판부가 재심에서도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면 간접강제 이행 조건을 붙일지가 관심거리가 된다.

1심재판부는 케이블이 동시 재전송 행위를 계속할 때 간접 강제 이행금을 요구한 지상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곧바로 재송신이 중단되는 파국은 막을 수 있었다.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판결이 나온다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제도정비안을 기다리는 최근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법원이 간접 강제 이행을 판결 내용에 담는다면 지상파와 케이블 업계 사이의 갈등은 격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1심 판결 이후 방통위는 양측의 중지를 모아 제도정비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으며 현재는 안이 나오길 기다리며 지상파와 케이블 양측이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제도정비안이 나오기도 전에 재송신 중단을 간접 강제하는 판결이 나온다면 재송신 중단 가능성은 커지게 된다.

◇지상파 "공짜 재송신 불가"vs 케이블 "커버리지·광고 기여 인정해야" = 지상파 방송사들이 저작권을 주장하며 콘텐츠 제공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단정하기에는 국내 케이블TV의 상황이 간단치 않다.

케이블TV가 국내 방송 환경 아래에서 난시청 해소에 기여한 점이 적지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중계유선방송사들이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해온 지난 1970년대부터 지상파 방송사는 저작권료 등을 징수하지 않았었고 비슷한 상황은 중계유선방송사들이 종합유선방송사로 형태를 바꾸고 나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저작권이나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대가를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콘텐츠를 받을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케이블TV의 전면 재송신 중단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유료 방송 가입자수는 점점 늘어 전체 시청자의 90%에 이르는 수준으로 확대됐고 이들의 상당수는 지상파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유료 방송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이블TV는 현재 전국적으로 1천500만명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의 보편적 시청권을 실현해준 것은 지상파 스스로가 아닌 케이블TV였다"며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TV 덕분에 커버리지도 넓어지고 광고 효과가 커졌다는 사실은 감춘 채 재송신의 대가만 바라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케이블 업계 입장에서는 1심 판결과 비슷한 방향으로 항소심 판결이 나온다면 작년 1심 판결 이후 그랬던 것처럼 광고와 재송신 중단 수순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시청자 볼모로 한 싸움 피해야" = 케이블TV 업계가 재송신 중단까지 언급하며 전면전을 치를 태세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 케이블TV에서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게 될 상황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지상파 입장에서는 케이블 업계에 책임을 회피해온 측면이 있는 시청권 보장 문제를 직접 떠안아야 하는데다 자칫하면 기존의 위상이 급격히 낮아질 수도 있다.

케이블 업계 역시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될 때 발생할 시청자 피해와 가입자 감소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방통위는 조만간 의무 재송신 범위, 대가 정산 기준, 지상파와 유료방송 양자 간 논의의 기본 틀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처럼 방송계가 다시 재송신 대가를 둘러싸고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양측의 싸움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최근 재송신 대가 산정을 놓고 벌어진 지상파 방송사와 위성방송 사이의 갈등에서도 일부 시청자들은 한동안 HD(고화질) 방송을 보지 못하는 피해를 겪었지만, 해당 방송사와 위성방송 사업자는 방통위로부터 상대적으로 가벼운 서면경고만 받았었다.

한석현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케이블TV는 시청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방송·광고 중단을 결행해서는 안되며 지상파 방송은 난시청 해소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지금의 시장 구조를 야기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양측이 시청자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편을 야기하는 물리적 행위는 배제한 채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