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 벤처 `300`

 “어찌하여, 고작 300명뿐인가?”

 할리우드 영화 ‘300’에 나오는 장면이다. 스파르타 정예군 300명을 이끌고 전쟁터로 가는 레오니다스 왕에게 사람들이 묻는다. 왕은 답변 대신 뒤를 보며 부하들에게 외친다. “너희들이 누구냐?” 그러자 300명 부하들이 일제히 소리친다. “우리는 전사(warrior)다!…워리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벤처 1000억 기업 시상식’이 있었다.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돌파한 벤처기업 수가 올해 처음으로 300개를 넘었다. 지난해 매출 1000억원대 반열에 새롭게 오른 기업도 85개로 사상 최대다. 그러나 페르시아 100만 대군에 맞선 300명 스파르타 전사들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300개 기업은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

 100만 대군과 맞서는 무모한 싸움. 위대한 스파르타 전사들은 나라를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명예를 위해 불가능한 전투에 맹렬히 목숨을 건다. 스파르타는 기원전 800년께 이미 병영을 만들고 혹독한 훈련과 경쟁으로 최강의 전사를 길렀다. 하지만 적군에 비해 너무 적은 숫자는 결코 감출 수 없다. 전쟁에서 열세인 숫자는 지형적 이점으로 극복하는 것이 상책이다. 레오니다스 왕과 300명 전사들은 벼랑 옆 협곡으로 통하는 길에 시체와 돌로 벽을 세우고 전투를 준비한다.

 1000억 벤처의 첫째 성공요인도 특화된 연구개발(R&D)과 글로벌 시장개척이다. 이들의 평균 R&D 비율은 2.8%로 각각 1.5%와 0.8%인 대기업 및 중소기업과 큰 차이를 보인다. 수출 실적이 있는 곳도 전체 4분의 3인 77.6%를 차지한다. 그 결과, 1000억 벤처가 기록한 성장률(26.9%)은 일반 중소기업에 비해 2배, 대기업 1.7배로 확연히 높다.

 성공요인 두 번째는 사람이다. 영화 ‘300’에서 레오니다스 왕은 의원들과 제사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난 스파르타를 지키기 위해 내 부하들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나 역시 내 부하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며 300명 정예전사들을 모은다.

 1000억 벤처 역시 일자리 창출에 탁월했다. 총 고용 인력이 11만2496명으로 전년도 8만9000여명보다 25.3% 늘었다. 대기업과 일반 중소기업에 비해 5.6배와 2.5배 높은 증가율이다. 벤처 1000억 클럽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이주형 옵티스 사장은 “저절로 생산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인력을 적기에 영입해 최고 전문가로 숙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광픽업 모듈’을 생산하는 옵티스는 천운(天運)도 따랐다. 대기업에 납품하기로 했는데 합작사 대표가 도망가 버렸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납품하기로 했던 대기업이 갑자기 주문을 취소하며 보상과 추가 발주까지 약속했다.

 300명 스파르타 전사들 역시 하늘이 도왔다. 수백 척의 페르시아 배가 해안에 들어서지만, 물살이 갑자기 거세지면서 고스란히 물밑으로 가라앉는다. 그러나 레오니다스 왕과 300명 전사는 페르시아군에 끝까지 저항하며 모두가 장렬히 전사한다. 이들은 ‘전투에서 졌지만 전쟁에서 이긴’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된다. 훗날, 그리스 민족의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벤처는 우리 경제 희망이다. 1000억 벤처 정도면, 이제 대한민국 미래와 사회적 역할도 고민해야 한다. “후배 기업들에게 뭔가 메시지를 남길 수 있어야 진정한 벤처”라는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의 발언도 이런 배경에서다. 용맹한 후배 전사들이 끝임 없이 등장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벤처 생태계. 그래야, 우리 미래가 열리고 ‘벤처 300’ 전사들도 영원히 죽지 않는다.

 주상돈 경제정책부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