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에서도 통신판매중개업자 소비자 보호 의무 강화

 미국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은 지난 2007년 이베이 유럽 사이트에서 자사 상품이 불법적으로 팔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새로운 화장품을 출시하고 프로모션 일환으로 나눠준 ‘공짜’ 제품을 이베이 판매자가 견본 박스만 제거한 뒤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 것. 로레알 측은 “명백한 상표권 침해”라며 이베이에 즉시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베이는 미적지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이에 로레알은 이베이 판매자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이베이도 공동 책임이 있다며 지난 2009년 영국 런던에 있는 고등법원에 제소했다.

 13일 유럽사법재판소는 이베이 등 인터넷 경매장터에서 ‘짝퉁(counterfeit goods)’ 상품 판매 등을 통해 상표권이 침해된 경우 판매자 뿐만 아니라 해당 사이트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간 이베이 등은 판매중개업자로 분류돼 온라인 판매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이 없었다.

 유럽사법재판소 책임 판사는 “이베이는 운영사업자로서 모조품 판매를 방조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유럽 내 국가들은 이베이 같은 전자상거래 사업자에게 상표권 침해 행위를 중지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범법 행위에 대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영국 고등법원이 로레알 소송과 관련해 유럽사법재판소 측에 질의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이번 판결을 통해 유럽 내에서 인터넷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 의무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이베이 등에서 짝퉁 상품 판매의 책임은 판매자에게만 있었기 때문에 이들 업체는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향후 통신판매중개업체 역시 상품판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 장치가 기존보다 한결 강화되는 셈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