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LED 산업을 놓고 내우외환의 형국이라는 지적이 많다. 규모와 기술력에서 앞선 해외 기업들의 국내 진출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데도, 국내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서로 사업 영역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을 다니다보면 안타까운 마음과 답답한 마음이 공존한다. 사활을 건 상황이기에 이해가 가면서도 국내 기업 간 갈등에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현동훈 한국산업기술대학 교수는 얼마 전 대만을 다녀와선 기자에게 이런 말을 건냈다. 대만 LED 전문가들이 한국의 현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10년 전 대만의 LED 산업과 너무 흡사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현 교수의 말을 빌리면 10년 전 대만에서도 우후죽순으로 LED칩, 패키지, 조명 회사들이 생겨나 현재 국내와 같은 LED 광풍이 불어닥친 적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의 기대와 달리 LED 시장이 커지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서서히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생기면서 현재는 10%정도만 살아 남았다고 했다.
지금은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만이 남아 세계 LED 조명 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한다면서, 한국의 LED관련 기업들도 대만과 같은 10년 전 사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게 현 교수의 전언이다.
자연스럽게 국내 LED 산업을 돌아보게 된다. 과거 대만과 현재의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정부가 녹색성장을 강조하면서 LED는 그야말로 주목을 받았고 지난 2~3년 사이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했다. LED는 한때 테마주로 불릴 만큼 시장에서 각광받았고 기업들은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제대로 투자하지 않는다며 탓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장 큰 책임은 판단을 잘못내린 기업의 책임일 듯 싶다. LED는 분명 성장산업이다. 그러나 시간이 걸린다. 또 앞으로는 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는 실력으로 생존이 결정되는 시대가 됐다. 다만 정부는 실력 있는 기업들이 도태되지 않도록 공정거래가 이루어지는 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LED는 서울반도체 예에서도 봤듯이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몇 안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윤건일 부품산업부 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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