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디지털카메라시장 재편의 막이 오른다. 일본 디지털카메라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하위 업체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선두권으로 도약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세계 시장을 90% 이상 장악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의 변화는 디지털카메라 업계 전체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일본 경제주간지 동양경제는 최신호에 ‘펜탁스 매각으로 막 오른 재편 도미노’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동양경제는 이 기사에서 디지털카메라 업계의 인수합병 동향과 재편 시나리오를 보도했다.
동양경제는 이달 초 발표된 리코의 펜탁스 인수가 업계 재편의 신호탄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12위가 11위를 인수, 양사를 합쳐 출하량은 200만대 내외에 불과하다.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인수합병 바람은 점점 상위권으로 불 전망이다.
조사기관인 테크노시스템리서치의 오오모리 데츠오 연구원은 “제휴는 물론 인수 논의까지도 수면 아래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동양경제가 꼽은 인수합병 1순위는 업계 7위 올림푸스와 9위 카시오다. 올림푸스는 2010년 디지털카메라 사업에서 150억엔에 달하는 적자를 봤다. 카시오도 디지털카메라 사업으로 같은 기간 60억엔의 적자를 냈다. 카시오는 3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올림푸스가 카시오에 렌즈를 공급하는 등 양사는 이미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올림푸스가 올해 들어 파나소닉에서 소니로 공급처를 바꾸면서 양사는 센서도 같은 제품을 쓴다. 양사는 기술적 공통점을 바탕으로 공동 개발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동양경제는 전했다.
디지털카메라 업계의 합종연횡 가능성이 큰 이유는 몸집을 불려서 얻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 업계는 연간 출하량 1000만대를 기준으로 수익성 명암이 갈린다. 업계 1위 캐논을 시작으로 소니와 니콘, 후지필름, 파나소닉으로 이어지는 빅5는 작년에 모두 1000만대 이상을 팔았다. 빅5는 안정적인 흑자를 내고 있으며 올해도 판매 목표를 평균 14% 정도 높게 잡았다.
고부가가치 제품의 성과도 업계 재편을 부채질한다. 하위권 업체들은 주로 보급형 디지털카메라가 주력제품이다. 인수합병 대상으로 떠오른 카시오는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모델이 없다.
카메라영상기기공업협회 자료를 보면 2005년 2만1300엔이던 보급형 디지털카메라 평균 가격은 2010년 1만500엔 수준으로 5년 만에 반 토막 났다. 반면 DSLR는 높은 가격을 유지한다. 카메라 기능이 개선된 스마트폰의 보급도 보급형 디지털카메라의 설 땅을 더욱 좁게 만든다.
동양경제는 이 기사에서 지난 2009년 삼성전자가 펜탁스 인수를 추진했다는 내용을 다뤘다. 펜탁스 모기업 호야는 매각 금액으로 500억엔을 제시한 후 협상 과정에서 200억엔까지 낮췄지만 삼성전자 측이 여전히 비싸다는 반응을 보여 결렬됐다는 후문을 실었다.
<표>일본 디지털카메라 업계 빅5 2011년 출하 목표(단위:만 대)
자료:카메라영상기기공업협회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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