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 "높은 주파수 경매가, 결국 소비자 부담 우려"..정부 "전파사용료 통신산업 재투자"

 다음 달 처음 시행 예정인 주파수 경매의 최저 경쟁 가격이 외국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당장 국내와 같은 경매 방식으로 내년 시행 예정인 영국과 비교하면 일부 대역은 대역폭과 가격이 2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지나친 경매 가격과 과열 경쟁이 자칫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7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업자는 자체 조사한 자료를 근거로 국내 주파수 최저 경쟁 가격이 영국·독일 등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밝혔다. 저주파(㎒) 대역은 4배, 고주파(㎓) 대역은 20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이달 28일까지 주파수 경매 참여 신청서를 받고 800㎒ 등 3개 대역을 동시오름 입찰 방식으로 경매에 부칠 계획이다. 자체 가격 산정 기준에 따라 입찰 최저 경쟁 가격을 800㎒는 2610억원, 1.8㎓와 2.1㎓는 각각 4455억원으로 책정한 상황이다.

 반면에 통신사업자에 따르면 우리와 비슷한 대역을 내년 경매에 부치는 영국 오프콤(Ofcom)은 800㎒, 1.8㎓, 2.6㎓ 대역의 가격을 180억~540억원으로 확정했다. 1.8㎓ 대역 30㎒ 대역폭은 270억원, 2.6㎓ 대역 20㎒폭은 180억원으로 제안했다. 주파수 효율이 높다는 800㎒ 대역 10㎒ 폭이 54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를 같은 대역 기준으로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800㎒는 20% 수준, 1.8㎓와 2.6㎓ 대역은 불과 4%에 불과하다. 국민총생산(GDP)을 기준으로 따지면 1.5~7.6% 수준으로 더욱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도 지난해 4월 800㎒에서 1.8㎓, 2.1㎓, 2.6㎓ 등 4개 대역 360㎒ 폭을 동시 경매한 결과 3G 주파수 대비 10% 수준의 낮은 가격에서 낙찰됐다. 통신업계 측은 “독일과 우리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용 기간, GDP 규모, 대역폭 등을 따져 볼 때 독일은 우리의 18.5%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이 때문에 정부가 정한 최저 경쟁 가격이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저렴한 할당 대가와 여러 대역을 동시 경매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해외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주파수 경매 가격을 수익성만을 따지고 보면 자칫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은 과거 3G 주파수를 경매할 때 과도한 경쟁과 낙찰 금액으로 상당한 홍역을 앓았다. 결국 독일 모바일컴, 그룹3G, 이탈리아 IPSE2000은 과도한 경매 비용 부담으로 사업권을 반납하고 서비스를 시작하고도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실패한 주파수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경매제를 실시하면서 최저 가격을 크게 낮춘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통신사업자 측은 “과도한 주파수 비용은 투자 위축, 4G 등 망 고도화 지연 등 이용자 편익과 IT산업 발전의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실에 맞게 주파수 비용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남석 방통위 전파기획관은 “해외 사례는 검토하지 않았지만 전파법에 따라 주파수 이용 대가를 산정하고 주파수 효율성과 경제성 등을 고려해 경매 가격을 산정한다”며 “전파 사용료는 통신산업 발전에 재투자하고 할당 후 초기 분담금이 과도한 점을 고려해 분할 납부 등의 방법을 통해 융통성 있게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국내와 영국의 주파수 경매 최저 경쟁 가격 비교

(한국의 GDP는 영국의 약 38% 수준)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