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국가 브랜드와 소프트 파워

[ET단상] 국가 브랜드와 소프트 파워

 ‘유럽을 뒤덮은 한류’ ‘한류가 프랑스의 르 제니스를 강타’

 지난 6월 파리에서 열린 ‘SM 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 콘서트 현장을 소개한 프랑스 신문 헤드라인이다. 앞의 것은 르몽드, 뒤의 것은 르피가로의 헤드라인이다.

 1960년대 영국 록그룹 비틀즈와 1980년대의 듀란듀란과 컬처클럽 등이 미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미국 언론들은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영국의 침공)’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번 한류공연은 ‘코리안 인베이젼(Korean Invasion)’이라 해도 손색이 없겠다.

 문화의 자존심이라는 프랑스에서 이 같은 한류현상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무엇보다 글로벌 D세대들의 성장과 이들의 소통창구인 소셜미디어를 꼽을 수 있다. 글로벌 D세대들은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SNS를 통해 지구촌을 충분히 좁은 세계(Small World)로 만들고 있다. 스마트시대가 가져다 준 선물이다.

 이들의 취향과 패션, 문화소비 현상은 세계적으로 동질화되면서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K-POP을 소비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과거 불법복제와 불법 유통의 온상으로 지목되던 인터넷 기반의 개인 미디어들이 이제는 디지털 한류를 선도하는 효자가 된 셈이다.

 인류는 수렵사회·농경사회·산업사회·정보사회 4단계를 거쳐 오늘날과 같은 창조경제의 시대를 맞이했다. 창조경제의 시대는 감성과 창의력, 상상력을 원천으로 하는 문화적 요소가 체화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프트파워 시대다.

 이는 미래학 연구 두뇌집단인 코펜하겐 미래문제연구소장 ‘롤프 옌센’이 주창한 정보사회 이후의 ‘꿈과 감성이 지배하는 드림 소사이어티’와도 맥을 같이 한다. 룰프 옌센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5000달러를 넘는 나라의 소비자들에게 상품의 기능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런 나라에 살고 있는 국가의 국민들은 추가적인 소득증가가 행복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의 부는 상품의 기능적인 측면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감성과 꿈을 충족시켜 줌으로서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K-POP은 바로 이 시장에 기반한다. 때문에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스타벅스를 즐겨 찾는 애호가들을 우리는 단순히 ‘겉멋과 허영심’만으로 치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를 찾은 사람들은 비싼 커피 맛에 매료된 것만은 아니다. 스타벅스의 로고, 머그컵, 매장 인테리어 분위기, 재즈 음악, 매장 직원의 친절함 등이 녹아들어 있는 스타벅스의 브랜드 이미지에 호감을 느끼며 기꺼이 이를 생활로 소비하는 것이다. 앞으로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함께 K-POP을 음미하는 서구인들의 모습을 그려 본다.

 현대사회에서 정보기술(IT)은 강력한 힘을 지닌다. 하지만 IT 자체만으로 큰 이익을 만들어 내는데 한계가 있다. IT도 예술과 엔터테인먼트·문화·스토리와의 결합을 통해 사람들의 꿈과 감성을 키워줄 때 큰 부가가치를 가져다준다. ‘컬춰노믹스’라는 신경제는 이 시대의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세계 13위, 국가 브랜드 순위는 31위 수준으로 조사되고 있다. 지난해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의 대표산업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1위는 자동차가 차지했다. 하지만 드라마와 영화가 각각 4위와 8위에 올랐고, 온라인게임과 애니메이션도 각각 11위와 13위에 랭크됐다.

 국가 브랜드 제고에는 소프트 파워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막히게 찾아온 디지털 한류 전파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디지털 한류를 지속적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디지털과 콘텐츠의 지혜를 모을 차례다.

 성열홍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원장 sung190@gd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