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은 연초부터 진행한 ‘비욘드 4G(Beyond 4G) 코리아의 반란’ 시리즈에 이어 ‘방송통신융합, 블루오션을 찾아라’를 새로 시작합니다. 코리아의 반란 편에서는 정보통신 강국으로 세계무대를 주름잡은 우리나라의 활약상과 현주소를 짚어 보았습니다. 아울러 초고속 인프라 강국에 이은 새로운 통신 르네상스 시대를 열기 위한 걸림돌과 과제도 점검했습니다. 새로 연재하는 ‘방송통신 융합, 블루오션을 찾아라’에서는 융·복합화하는 통신과 방송 분야에서 새로운 IT 강국을 위한 좌표를 점검하고 방향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매주 수요일 연재하는 시리즈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1부. R&D를 업그레이드하자.
(1)프롤로그- 방송통신 ‘R&D 3.0’시대의 개막
◇‘아이폰 쇼크’와 모바일 빅뱅=방송통신 환경이 ‘180도’로 바뀌었다. 환경 변화를 이끈 주역은 ‘모바일 빅뱅’이다. 스마트 모바일 기기와 서비스가 활력을 불어 넣으면서 사회 전 분야에 대변혁을 가져 왔다. 2009년 말 국내에서 처음 출시한 애플 아이폰은 시장에 지각 변동을 가져 왔다. 이른바 ‘아이폰 쇼크’ 이 후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PC)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인터넷 이용이 유선 중심에서 무선 환경으로 이동했다. 실제로 국내 스마트폰 성장률은 2009년 80만대에서 2010년 700만대로 1년 만에 9배가량 늘었다.
모바일 중심으로 환경이 바뀌면서 트위터·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 등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서 경제·문화·환경에 걸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에도 변화를 주었다. 세계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2010년 68억달러에서 2013년 295억달러로 4배 이상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융합의 중심축도 단말과 네트워크에서 소프트웨어 기반의 콘텐츠·서비스·플랫폼으로 대이동을 시작했다. 개방형 플랫폼에 기반을 둔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단말기 등 하드웨어 성장을 견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뉴미디어·N스크린·원소스 멀티 유스(OSMU)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앱스토어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다.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기술혁신이 소프트웨어 콘텐츠와 서비스를 발굴하고 다시 사용자 확대로 이어지는 소프트파워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소프트파워 선순환 구조의 대표 사례가 바로 애플의 에코시스템이다. 스마트폰 시장에 일면식도 없을 뿐더러 후발업체였던 애플은 에코시스템으로 지난해 아이폰 운용체계(OS) 점유율을 세계 시장의 54%까지 끌어올렸다. 매출도 대부분의 휴대폰업체가 경기불황으로 크게 위축됐지만 지난해, 2007년과 비교해 4배 이상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새로운 R&D 성장동력 절실=바뀐 통신 시장에 대응해 다양한 컨버전스형 모델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대응해 연구개발 분야도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먼저 미래 시장을 만들기 위한 기반 조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점점 컨버전스화하면서 이에 맞는 기술의 융·복합화가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최근 떠오르는 모델은 융합이 대세다. 가령 증강현실은 스마트폰과 가상현실기술의 결합이다. 위치기반 서비스는 LBS와 SNS가 만나야 제대로 된 서비스가 가능하다. N스크린 역시 하드웨어에서 콘텐츠까지 일련의 프로세스가 만들어져야 한다.
다양한 신규 서비스 출현은 필연적으로 유무선 트래픽을 필요로 한다. 고속·고품질 네트워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유선 트래픽은 올해부터 2015년까지 1.37배씩 급증해 조만간 포화가 예상된다. 무선 트래픽은 더 심각하다. 2015년까지 연평균 1.49배씩 늘어날 전망이다. 무선은 2001년 대비해 무려 40배가량 증가해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사물지능통신, 모바일 클라우드 등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를 위한 기반 기술과 서비스 개발 환경 구축이 시급하다. 당장 사물지능통신은 2009년 6억달러에서 2014년 22억달러까지 치솟을 예정이다. 모바일 클라우드는 2009년 4억달러에서 2014년까지 95억달러를 낙관하고 있다. 기반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칫 해외업체에 모든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는 것이다.
튼튼한 통신생태계를 위한 하드웨어에서 콘텐츠·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술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국내 휴대폰 생산 능력은 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할 정도로 IT 제조력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생산 파급력은 미흡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기반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개발을 위한 창의적인 인력을 시급히 양성해야 한다.
◇융합 ‘R&D 3.0’ 절실=시장의 환경 변화와 당면 과제는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일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R&D 3.0’ 체제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3.0의 핵심은 융합이다. 통신방송과 새로운 ICT 환경의 개별 기능을 결합한 디지털 융합 환경에 맞는 R&D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애플 스티브 잡스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ICT시장을 둘러싼 제품과 기술은 감성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사실 그동안 R&D는 기능에 초점을 맞춘 기술력 확보에 주력한 측면이 강했다. 이제는 융합·개방·창의를 키워드로 R&D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정부도 이런 흐름에 맞춰 올해 R&D 방향을 새로 확정했다. 방송통신 미래 서비스 육성을 위한 핵심 원천 기술 확보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국내가 아닌 글로벌 기술 경쟁력 강화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 146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방송, 모바일 서비스, 미래 인터넷, 융합 기술, 정보 보호, 전파와 위성 등 6개 분야에 ‘올인(All in)’할 예정이다.
특히 미디어 융합과 무선 인터넷 혁명에 적극 대응하고 미래 방송통신 기반 인프라에 대한 기술을 선도하며 녹색 성장, 재난 방송 등 사회적 현안 해결에 앞장서기로 했다. 송상훈 방송통신위원회 녹색기술팀 과장은 “앞으로 정부 차원의 방송통신 기술 개발은 융합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생태계 환경을 구축하며 실제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현안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표> 2011년 방송통신 분야 R&D 집행 계획
자료 제공:방송통신위원회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