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와이브로를 롱텀에벌루션(LTE)과 함께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이동통신 고도화를 추진한다. 지난 5월 와이브로 사업자 의무투자 이행기간이 완료된 가운데 와이브로 홀로서기 전략 대신 경쟁서비스인 LTE와 공존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방통위는 오는 9월 와이브로 사업자 주파수재활용 계획서 제출과 내년 3월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을 앞두고 새로운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와이브로-LTE 공진화 방안’ 연구과제를 의뢰했다. 연구사업 기간은 연말까지다.
방통위는 9월 와이브로 사업자 주파수재활용 계획서를 받으면 와이브로-LTE 공진화 연구 중간결과물을 더해 활성화 방안을 수립할 방침이다.
와이브로 서비스는 2006년 이후 2조원에 가까운 투자가 이뤄졌지만 현재 가입자 수는 50만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3개사업자 체제로 출발했지만 도중에 하나로텔레콤이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KT와 SK텔레콤만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나마 KT가 전체 가입자의 80% 이상을 갖고 있는 등 그간의 투자기간과 비용에 비해 성과는 적은 편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5월 말 와이브로 투자 이행기간이 완료되고 내년 3월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이 예고되면서 차기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이 어떤 모양이 될지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일단 KT와 SK텔레콤은 지난 5년간 주어진 의무투자는 마쳤다. 방통위는 20일 전체회의를 열어 두 회사의 와이브로 허가조건 및 이행계획에 따른 추진실적에 이행완료 승인을 의결했다.
두 회사는 내년 3월 와이브로 주파수를 재할당 받기 위해서는 9월 중 주파수 재활용계획서를 만들어 방통위에 제출해야 한다. KT와 SK텔레콤이 와이브로 추가 투자에 어느 정도 의지를 밝힐 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는 이들 사업자의 자발적인 투자 계획서를 바탕으로 와이브로 추가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되 LTE와 공조를 모색할 방침이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에 이어 KT도 연내 LTE 상용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와이브로 단독 활성화 계획 수립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시중 방통위원장도 지난달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LTE와 와이브로를 한 쪽만 선택하는 게 아니라 투 트랙으로 간다”고 밝힌 바 있다.
와이브로가 경쟁기술인 LTE와 공동 진화를 모색한다는 것은 호재와 악재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이다.
정부가 사업자 의무투자이행기간이 끝났음에도 다시 한 번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점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에 더 이상 와이브로만을 위한 집중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면도 간과할 수 없다.
변수도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른 와이브로 기반 제4이동통신사업이 성사된다면 정부의 와이브로 정책은 일대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와이브로 투자 확대 의지가 부족한 사업자에 한해 일부 주파수를 회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것 또한 향후 정책수립의 변수로 꼽힌다.
조해근 방통위 와이브로활성화팀장은 “와이브로와 LTE 공동 진화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사업자의 투자계획과 KISDI의 연구내용을 더해 활성화 계획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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