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국민이 원하는 스마트정부”

[ET단상]“국민이 원하는 스마트정부”

 최근 열린 스마트정부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미래지향적 3.0 정부를 논하는 뜻 깊은 자리에서 느낀 점은 기대감보다는 씁쓸함이 컸다.

 그 까닭은 첫째, 정부진로와 미래에 대한 관심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스마트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스마트 열풍은 뜨겁지만 정부를 좀 스마트하게 만드는 공론 장은 썰렁했다. 정부 영향력은 갈수록 강해지고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도 넘친다. 그런데 정작 정부DNA를 바꾸고 정부가치 높이는 사안이 국민마음을 끌지 못하는 현실이다. 포럼시작 후 주인 없는 자리가 적지 않았다. 주최 측 참석자를 제외한 전문가들은 손꼽을 정도였고, 정부후원 행사임에도 정작 정부인사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게 아쉬웠다.

 누구든 스마트상품이 출시되면 새로운 서비스에 호기심이 많고 최신기종의 모델로 바꾸고 싶어 안달이다. 하지만 구식정부를 신 모델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의견수렴 과정에 국민 참여가 소극적이다. 어쩌면 기대자체가 없는지 모르겠다.

 서민들이야 현실의 생존투쟁에 바쁘다 손치더라도 정부현상을 탐구하는 전문가마저 냉담하다면 자칫 그들만의 스마트정부로 방치될 위험성이 크다. 소리 없이 정부, 관료, 소수전문가에 의해 주도되는 스마트정부 담론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대안 없는 비판이나 냉소역시 경계해야 한다.

 둘째, 정부불신의 골이 생각보다 깊었다. 이런 사실을 아직도 정부만 모르는 듯하다. 현실은 국민비호감이지만 유행에 민감한 정부에 의해 스마트 전자정부계획이 추진 중이다. 정부이용자이자 스마트패러다임을 열어가야 하는 국민들은 사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보다도 값비싼 1.0의 관료제정부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

 통신대리점 쇼윈도마다 공짜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하지만 언뜻 무료처럼 보이지만 공공서비스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올해만 국민 호주머니에서 정부서비스 대가로 305조원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정부서비스는 불편하고 복잡하고 거칠다. 비록 맘에 안 들고 때론 얄미워도 우리들의 정부다. 공론의 장에서 스마트정부 실상과 허상을 진단하고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혁신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셋째, 국민이 공감하는 스마트정부 이념이나 방향조차 오리무중이다. 순서상 2.0 전자정부에 대한 성찰이 먼저다. 세계 최고수준의 전자정부라는 호들갑에 앞서 왜, 국민체감수준이 저조한지 살펴야 한다. 전자정부서비스에 냉담하거나 무지한 이용자, 심지어 최악으로 느껴지는 정부서비스에 대한 냉철한 반성 없이 겉멋에 치중한 스마트정부는 국민·기업에 득 아닌 독이다.

 행여 능숙한 징세나 감시, 능란한 징집이나 통제를 위해 스마트기술을 오용되거나 국민·기업을 성가시게 한다면 스트레스정부다. 물론 기존 행정서비스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제공된다고 스마트정부도 아니다. 스마트기술은 정부를 정부답게 만드는 촉매다. 즉, 스마트를 정부혁신 도구로 삼아 보다 깨끗한 정부, 더욱 슬림한 정부, 한층 민첩하게 국민을 섬기는 정부, 이런 모습이 국민이 원하는 스마트정부다.

 국민은 장밋빛 기술보다 진정성과 인간중심적 가치실현에 능통한 정부를 원한다. 나아가 국민기대와 상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고위관료의 이타적 창조성이 발휘된 정책으로 스마트시대를 선도해야 국민이 감동하는 스마트정부다.

 한세억 동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sehan@dong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