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른 아침부터 국회 귀빈식당을 찾았다. 한나라당 새 지도부와 예정된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김 총리뿐만 아니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 주요 국무위원과 임태희 대통령실장, 백용호 정책실장 등 청와대 고위급 인사도 대거 참석, 총인원이 50여명에 이르렀다.
총리가 참석하는 고위 당정협의회는 보통 총리공관에서 연다. 총리에 대한 예우도 있고, 지난해 당·정·청 9인 회의체가 발족한 이후로는 공관에서 일요일 저녁 회동이 정례화되면서 더욱 그랬다. 총리가 국정감사가 아닌 회의만을 위해 국회를 찾는 것은 일 년에 한번 있을까하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이같은 변화는 홍준표 대표 등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의 ‘당 선도론’에서 시작됐다. 당이 청와대와 정부에 거수기 노릇만 할 게 아니라 국정 운영과 주요 정책에서 키를 쥐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회의 장소를 바꾼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생경한 풍경들이 연출됐다. 기업들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처럼 당·정·청 대표들이 팔을 교차해 손을 잡고 플래카드 아래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회의 과정에서 김 총리와 임 실장은 ‘공동운명체’ ‘하나의 선단’이라며 당·정·청간 유기적 관계를 강조했다. 반면에 최고위원들은 “추가 감세는 더 이상 없다” “대학구조조정 반드시 해라” “동반성장정책 문제 많다” “비정규직 해결 대기업이 나서라”는 등 각 현안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을 질타하면서 당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새 지도부가 언급한 내용은 여전히 더 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중차대한 현안임에 틀림없다.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자고 해놓고서는 어느 일방적 생각만을 강요한다면 진전된 결과가 나올리 만무하다. 무조건 머리 조아린다고 화합이 될 수도 없다.
오늘 회의가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였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 있도록 당·정·청이 실질적인 후속 대책을 내놓는지 기다려 볼 일이다.
미래정책팀·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