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폴리실리콘 사업 `희소식같지 않은 무소식`

 KCC 폴리실리콘 공장 절반이 18개월 동안 안정화 작업만을 계속하며 제품을 양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태양광업계에서는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투자비를 감내하며 묵묵히 기다릴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4일 KCC와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KCC는 지난해 2월 6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준공했지만 현대중공업과 합작해 삼염화실란(TCS)-지멘스공법으로 지은 KAM의 3000톤 분량만 정상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신기술인 사불화실리콘(SIF₄)-모노실란(SIH₄)-지멘스공법을 적용한 나머지 3000톤 공장에서는 아직까지 제품 양산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사실 KCC의 폴리실리콘 사업은 시작부터 리스크가 큰 선택이었다. 미국의 MEMC 등 폴리실리콘 제조사들 중 일부만 선택한 기술인 ‘유동층반응기(FBR)-모노실란공법’을 채택해 공장을 세우려고 했던 것. FBR공법은 지멘스공법보다 에너지와 운영 인원이 적게 필요해 제조코스트가 1㎏당 20~25달러 수준으로 낮고 연속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제조기술에 대한 핵심 특허를 대부분 MEMC가 보유하고 있어 이를 피해 공장을 건설할 수가 없자 KCC는 방향을 선회했다.

 그래서 선택한 기술이 사불화실리콘-모노실란-지멘스공법. 이 기술은 장비의 부식이 적고 증착온도가 550~800℃ 정도여서 1100℃ 온도가 필요한 TCS-지멘스공법보다 전력소모가 적다.

 노르웨이 REC가 이용하고 있는 이 기술은 모노실란 가스가 폭발성이 강해 불안하고 가격도 높으며 제조과정에서 실리콘 분말이 다량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한 마디로 고순도폴리실리콘은 얻을 수 있으나 다루기가 까다로운 데다 높은 비용이 필요하다. KCC 대죽 폴리실리콘 공장에서도 지난 1월 화재가 발생해 1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낸 바 있다.

 선도업체라고 할 수 있는 REC도 최근 이 기술로 반도체용 제품 생산은 늘려도 태양광용은 늘리지 않고 있다.

 태양광업계에서는 “낮은 생산성과 수율 때문에 경제성이 좋지 않아 태양광용에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KCC는 대죽공장의 최종 투자기간을 당초 지난해 7월까지에서 올해 7월까지로 1년 연기하고 11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KCC가 18개월 동안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감수하며 사불화실리콘-모노실란-지멘스공법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화가 마무리되고 정상적인 제품 양산이 시작됐다면 고순도 폴리실리콘이 달리는 업계 특성상 KCC로부터 폴리실리콘을 공급받았다는 소식이 나와야 정상인데, 아직까지 무소식이라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KCC 한 관계자는 “대죽 폴리실리콘공장은 최근 안정화가 마무리 됐다”며 “그 동안 폴리실리콘을 계속 생산했으나 수율이 좋지 않아 물량이 적었고, 생산된 폴리실리콘은 KAM 물량에 추가해 현대중공업에 일부 납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KCC에서는 지금까지 폴리실리콘 사업은 새로운 공법을 개발해 ‘2보 전진하기 위한 1보 후퇴’였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폴리실리콘 공급계약 실적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