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기절약 담화 연례 행사 끝내려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주 전기 절약을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냉방온도 26도 이상 유지, 자동차 5부제 참여, 대중교통 이용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게 잘 안되니 에너지정책 책임자가 매년 한여름과 한겨울에 국민에 호소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비한다. 연료가 부족해 머리맡 ‘자리끼’가 얼 정도로 추운 방에서 살던 30여년 전이 일부 선진국에선 현재다. 비싼 요금에 추운 밤 옷을 껴입고 자며, 여름에 룸에어컨은 물론이고 선풍기도 잘 안 켠다. 업소용 에어컨이 거실을 차지한 우리 가정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절약을 호소할 게 아니라 절약할 수밖에 없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요금 인상이다. 그런데 일률적인 인상은 소비 행태를 바꾸지 못한다. 적게 쓰면 더 적게, 많이 쓰면 더 많은 요금을 내는 구조로 절약할 동기를 줘야 한다.

 정부가 26일 새 인상안을 발표한다. 일정 한도 정액제, 시간대별 차별 요금제 등 새 요금제를 내놓는다. 절약 유도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문제는 산업용 전기요금이다. 정부는 이 요금을 주택용과 공공·영업용보다 더 많이 올리려 한다.

 원가 줄이기에 골몰하는 기업은 생산에 필요한 만큼 전력을 쓴다. 요금 올린다고 얼마나 더 절약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소비자에 전가할 가능성만 높다.

 산업용 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면 업종별, 사용행태별로 정교한 절약 유도 정책부터 내놔야 한다. 전기 원가 일부를 차지하는 발전·공급업체의 방만 경영을 효율화할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과 기업의 요금 인상 저항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