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MD, 협력의 문호를 활짝 열어라

 국내 기업이 세계시장 97%를 차지하는 분야가 있다. 유사 이래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바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주력사업인 능동형 발광다이오드(AM OLED)다. 삼성전자가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메모리 시장을 석권해왔지만 시장 점유율은 40%를 넘지 못했다. 대표적인 독과점 분야인 PC용 CPU에서도 인텔은 80% 안팎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그친다.

 SMD는 지난 5월 세계에서 최초로 5.5세대 AM OLED 공장을 준공하고 양산에 들어갔다. 경쟁사들은 이제야 4세대 라인 투자를 검토 중이다. 앞으로도 SMD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조금 불안하다. 불안감의 실체는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워낙 앞서가다 보니 외부와의 교류는 SMD에는 불필요한 일로 치부된다. 행여 그 과정에서 경험과 지식이 흘러나갈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 관련 학회나 세미나에서 SMD 임직원들의 발표를 듣기란 쉽지 않다. 디스플레이 업체 모임인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회원사 가입도 설립 2년이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SMD 직원에게 보안은 일상생활이 됐다. 외부인은 사전에 예약을 못하면 아예 회사에 들어갈 수 없다. 직원이라 할지라도 AM OLED 핵심 공정이나 R&D 설비는 인가된 출입증이 없다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AM OLED는 이제야 막 떠오르는 성장시장이다. 성장시장인 만큼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불행히도 SMD 혼자서 모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 SMD는 AM OLED의 많은 문제점을 극복했지만 여전히 LCD에 비해 낮은 해상도와 높은 제조비용을 줄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문제해결에는 협력사 도움이 필요하다. 협력사 외연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LCD 진영이 PDP 진영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더욱 풍요로운 생태계 구축 덕분이었다. 심지어 경쟁사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기술교류도 불가피하다. 보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협력인 셈이다.

 AM OLED 분야에서 SMD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로 여겨졌던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소형 AM OLED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LCD에 비해 낮은 해상도, 과도한 색재현율, 높은 소비전력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중소형 분야에서는 AM OLED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이 이면에는 중소형 분야에서 SMD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을 테다.

 경쟁사 사업포기는 SMD에는 호재일 듯 보이지만 큰 악재다. 많은 소재, 장비 협력사들이 SMD만 바라보고 전폭적인 투자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SMD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협력의 문호를 열어라. 10억달러 시장에서 90%를 차지하는 것보다는 100억달러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게 더 남는 장사다. 협력하는 자만이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유형준 부품산업부 부장 hjy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