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반세기 맞는 MBC, 거듭나는 해 돼야

 막강 지상파 방송사인 MBC가 오는 12월 2일로 창사 50주년을 맞는다. 1961년 종로구 인사동 동일가구점 셋방에서 출발한 한국문화방송은 반세기의 연륜을 쌓으면서 세계적인 방송사로 발전했다. 이 50년간 MBC를 세우고 닦은 방송인들에게, 특히 한국을 세계적인 방송 국가로 키우는 데 기여한 이들의 공로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필자는 이미 올 초(1.20)에 본란을 통해 MBC가 이 역사적인 해에 더 격조 높은 방송사로 발전하기를 바라며 그 동인(動因)을 제시했다. 방송학자로서 MBC 구성원들이 서로 잘 챙겨 도약의 전환점을 만들어 가길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해가 절반을 넘어선 지금까지 별다른 결과물이나 특별한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것 같다. 과문의 탓도 있을 수 있기에 기다려지는 마음 또한 각별하다.

 올 상반기 MBC의 공로로「나는 가수다」를 드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MBC는 이 프로그램으로 세상을 온통 ‘오디션 열풍’으로 몰아가고, ‘오디션 공화국’을 만들어 방송사의 인기와 수입은 올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한 줄기 바람처럼 유행일 뿐이지 한 방송사의 뿌리, 즉 근간(根幹)은 될 수 없다. MBC는 일부 프로그램의 성공에 만족할 게 아니라 올해 근간을 걱정하고 정립하는데 온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쉽게 예를 들어 말하자. 우선 MBC의 정체성 문제다. 시중에 나도는 얘기를 짜깁기 해보면 다음과 같다. “MBC 공영방송 맞아? 그렇다면 지금 MBC 프로그램이 공영적이야? 많은 사람들이 MBC는 공영도 아닌 것이, 민영도 아닌 것이라고 하던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질문도 있다. “언제부터 MBC 사장이 임기 마치면 정치권에 진출하는 게 수순이 됐지?” 시청자의 이런 우려를 정작 MBC 구성원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똑같이 고민하는 지 정말 궁금하다.

 이와 맞먹는 큰 걱정이 또 있다. 구성원들의 이념갈등 문제이다. 어느 방송사나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MBC는 좀 유별나다. 구성원간의 이 큰 괴리는 나라를 들었다 놓은 사건을 유발하기도 했거니와 앞으로도 나라나 MBC에 더 큰 어떤 악재를 가져올지 모른다. 늦기 전에 반드시 치유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 쉬운 처방 중의 하나가 CEO의 순수한 리더십이다. 그러나 이 길도 최근 MBC를 보면 거의 절망적이다.

 창사 50주년인 해, MBC는 반드시 거듭나야 한다. 이 역사적인 해에 단초를 만들지 못하면 MBC에게 희망이 없다. 과감한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크게는 공영방송 제도를 반납하는 것부터, 작게는 MBC와 연고 없는 CEO 공모까지 방법도 많다. MBC가 국민의 방송으로 더욱 발전하길 염원하는 진정한 마음에서 충언한다.

 김성호 객원논설위원·광운대 정보콘텐츠대학원장 kshkbh@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