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김범수

[프리즘]김범수

 MBC ‘나는 가수다’가 인기다. 대한민국을 오디션 도가니로 만든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처럼 아마추어 등용문은 아니지만, 한국 대표 가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 무대를 보여주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을 받는 듯하다. 주말마다 전 국민은 음악평론가이자, 심사위원이 된다. 이 프로그램 최고 히어로는 누굴까. 사람마다 선호하는 가수는 다를 수 있다.

 7명의 가수 중 얼굴 없는 가수 김범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일약 비주얼 가수가 됐다. ‘요정’ 박정현과 더불어 노래 잘하는 가수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국민은 그가 연출하는 무대에서 즐거움과 감동을 선물 받는다. 그가 있기에 주말은 즐겁다.

 또 한 명의 김범수도 현대를 살아가는 디지털 노마드족에게 즐거움을 선물한다. 카카오톡을 개발한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범수다. 휴대폰 사용자 중 2000만명가량이 그가 개발한 카카오톡을 이용한다. 노마드족은 편리함과 스피드를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카카오톡에 흠뻑 빠졌다. NHN한게임 공동창업주 중 한 명인 김범수는 한국 인터넷 역사에서 기억할 만한 족적을 남긴 후 모바일 시대을 맞아 또 홈런을 쳤다. 아직까지는 비즈니스 모델에 회의론도 존재하지만, 그는 분명 카카오톡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개발했다는 그 자체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두 사람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공통분모가 많이 있겠지만, 둘 다 기존 질서와 관행, 게임의 법칙을 바꿔놓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 새로운 포맷의 방송 프로그램에 승차한 가수 김범수는 눈을 감고 감상할 수 있는 노래 뿐 아니라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가수라는 존재, 가수의 역할과 정체성을 생각해 보게끔 한다. 10대 걸그룹에 식상한 청중들에게 ‘노래는 노래다’라는 담론을 제시했다. 카카오 의장 김범수 역시 지난 10년 이상 통신 3사가 주도해 온 이동통신 시장에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게임의 법칙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겠지만, 통신사 및 거대 포털들의 변화를 촉발시키는 트리거 역할을 그는 분명 했다. 동명이인 두 사람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져 주려는 메시지는 과연 무얼까.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