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한국에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다는 UN 전망이 발표됐다. 100년 전 사람들과 비교해 201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더 누릴 수 있는 시간의 합계는 무려 2500억년이다.
고령화는 의학의 진보와 공공시스템의 발전, 그리고 교육의 확대가 만들어낸 인류 최고의 업적이다. 그래서 저자는 ‘장수’의 첫 번째 요건을 ‘21세기에 태어날 것’이라고 적고 있다.
고령화는 그 자체로는 부정적인 사건은 아니지만 인구 구조의 거대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초래한다. 갈등의 수위는 이미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익숙한 것부터 전혀 예기치 못한 것까지 다양하다.
의지해야 되는 사람과 돌보는 사람 사이의 긴장은 말할 것도 없다. 점점 질이 낮아지는 일자리를 두고 청년 노동자와 고령 노동자가 경쟁을 벌인다. 부모에게 생활비를 보내던 세대와 부모에게 생활비를 받아야하는 세대에게는 부모의 역할과 자식의 역할이 다르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도우미 역할을 많이 담당해 온 여성들과 누군가를 돌보는데 익숙치 않은 남성들 사이에도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문제들이 생긴다. 여성의 노동이 제대로 가치를 부여받지 못할 때 저출산 추세는 바뀌기 어렵고 세계는 계속 고령화된다.
점점 더 생산력을 쥐어짜내야 하는 회사와 직원들 사이도 예전 같지 않다. 젊은 인구를 유출시키는 개발도상국과 젊은 인구를 흡인하는 선진국 사이에도, 또 토박이들과 이주 노동자들 사이에도 긴장감이 흐른다.
이 책은 고령화를 둘러싼 거시적인 흐름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간파해낸다. 저자는 전 세계를 다니며 일본의 노인들을 위한 공간과 젊은이들을 위한 공간, 제조업의 몰락과 고령화가 서로를 가속화하는 미국 록퍼드, 이민 수출국에서 이민 수입국으로 갑작스럽게 전환된 스페인의 도시, 정책적으로 고령화를 추진한 중국 등이 당면한 문제를 파헤친다.
찾아간 현장도 다양하지만 만난 사람은 더 다양하다. 일하거나 은퇴한 노인, 이민 노동자들, 제3세계 난민, 노인병 전문의, 과학자, 글로벌 기업의 인사담당자 등이다. 몇 년간 저자가 발로 뛰며 취재한 정보의 양은 어느 아마존 독자의 말대로 거의 ‘서사적인 방대함’을 자랑한다. 독자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고통과 기쁨을 겪고 있는지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은 노인이란 누구인가, 노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하는 물음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의 문제가 언론의 주요 지면을 매일같이 장식하는 오늘날 제대로 찾아본 적이 없는 질문이다. 노인에 대한 공공연한 폭력 행위들이 이전보다 더 자주 목격되고, 더 자주 회자되는 우리나라에서 이에 대한 고민은 어떤 정책적, 산업적 고민보다 시급하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우리가 노인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회가 노인을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는 것과 노인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할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테트 피시먼 지음. 안세민 옮김. 반비 펴냄. 2만원.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