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팝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신(新)한류 바람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멀리 유럽까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K팝 열풍과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진출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콘텐츠 경쟁력을 보여주는 실례다. 이러한 문화콘텐츠산업과 더불어 각광받는 것이 데이터베이스(DB)산업이다. 애플 앱스토어, 구글 모바일 시장 진출 등 이제는 스토리에 다양한 DB를 접목한 새로운 플랫폼, 콘텐츠 개발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K팝이 유튜브로 전파됐다면, DB 활용을 통해 창조된 새로운 콘텐츠·플랫폼은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와 온라인을 통해 구현된다.
DB산업은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발전에 기여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 독립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공공기관이나 시스템통합(SI)사업자의 하도급 산업정도로 여겨져 자기 위상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6월 ‘DB산업진흥법(안)’이 김을동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접수됐고, 법이 통과되면 국가경제 발전에 하나의 큰 모티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국회에서 여러 분야 이해 당사자 간에 협의와 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이 법안의 중요성과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관련 부처 간 협의에 있어서 국익 차원 시각을 갖기를 희망한다. DB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집합해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기 위한 도구로, 유무선 네트워크나 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유통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다시 말해 DB는 수록 내용이 국가, 조직 혹은 개인 안위를 저해하지 않는다면, 분야 간 걸림 없이 교환돼 활용돼야 제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관련 부처는 열린 마음을 갖고 이러한 DB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둘째, DB산업진흥법(안)을 통해 범부처적인 데이터 품질 체계를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DB 가치는 조직 간에 자연스러운 유통에서 발휘된다. 이의 전제는 상호 데이터 품질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이다. 조직 내 혹은 조직 간에 데이터 품질의 근간인 데이터 표준이 서로 다르다면 효과적인 DB 활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매년 저품질 데이터로 인한 피해 규모가 47조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웹3.0, 클라우드컴퓨팅 혹은 유비쿼터스컴퓨팅 등 새로운 정보통신 환경이 도래해도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이 DB라는 사실이 법조문에 반영돼야 한다. 최근 일련의 트렌드로 참여와 공유의 웹2.0, 개발자들이 쉽게 정보 활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오픈API 등이 대표적이다. 어쩌면 이러한 키워드에 DB는 자기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고 볼 수 있다. 참여와 공유에 자유를 더하는 웹3.0, 컴퓨팅 자원을 소유하지 않고 대여할 수 있는 클라우드컴퓨팅, 실세계와 가상공간을 연결해주는 유비쿼터스컴퓨팅 역시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신뢰성 있고 안정적인 DB가 기반되지 않으면 새로운 정보통신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반성해야 한다.
DB는 업무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지원함과 동시에 그 자체로 하나의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매체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대부분 DB를 보유하거나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DB를 보호하고, 품질을 향상시키고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DB산업진흥법(안)이 하루 빨리 제정되길 바란다.
김을동 의원을 비롯한 11인 의원의 법안 발의 의도가 온전히 관철되기를 희망하며, 이를 통해 스마트 대한민국의 글로벌 콘텐츠가 또다시 세계를 휩쓰는 바람이 되길 바란다.
조강직 한국데이터거버넌스포럼 회장 kcho@koreac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