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를 꿈꾸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에게 주말에 과천과학관에 가겠느냐고 물었다. 서울과학관에 가고 싶다는 다소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창경궁 옆 서울과학관은 지난해 11월 기존 특별전시관을 새로 꾸며 문을 연 곳이다. 올해로 40년째다. 재개관하며 전시면적이 확 줄었다. 과천과학관과는 비교가 안 된다. 아이 마음은 이랬다. “과천과학관이 시설은 좋은데 사람이 많아 한참 기다려야 해요. 서울과학관은 가깝고 사람이 적어 마음껏 놀 수 있거든요.”
19세기 후반부터 경쟁적으로 지어진 과학관은 국가 발전을 과시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했다. 영국 런던 과학박물관, 미국 스미스소니언 과학박물관, 독일 뮌헨 과학관 등은 자긍심의 상징으로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과거 과학관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물건을 전시하는 곳이었다. 지금은 무엇을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보여주는 전시(Eyes-on)에서, 체험하는 전시(Hands-on), 이해하는 전시(Minds-on)로 변했고 감동을 주는 전시(Hearts-on)로 진화한다.
과학문화공간이면서 교육 기능을 담당하는 이른바 ‘테마에듀파크’다. 이런 과학관이 되려면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가 합쳐져야 한다. 국립과학관 같은 대형 과학관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과학의 뿌리가 굳게 내리자면 마을 도서관처럼 ‘작은 과학관’이 곳곳에 생겨야 한다. 독일 브레멘 우니베숨 과학관은 규모는 작지만 눈높이를 수요자에 맞춘 것으로 유명하다. 과학교사 대상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역학생이 자연스럽게 오도록 유도한다. ‘과학 사랑방’이다. 일본 도쿄 신주쿠 빌딩 숲에 위치한 미래과학기술정보관도 아이들에겐 놀이터다. 마치 신기한 물건이 가득 쌓인 장난감 가게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시내에 나온 가족들이 한 번 들러보는 곳이다. 170㎡ 남짓한 면적에 접근성이 좋다.
작은 과학관은 큰 맘 먹고 연례행사로 가는 곳이 아니다. 교통카드와 튼튼한 다리만 있으면 된다. 아이에게 과학의 원리를 모조리 알려주겠다는 욕심부터 버리자. 저마다 하나씩 질문을 품은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아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자. 소박하고 정감 어린 과학관. 작은 과학관이란 놀이터에서 호기심이란 보물을 찾을 수 있도록….
김인기 편집2팀장 i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