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K팝과 한국 드라마,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인숙
이인숙

해외여행 중에 TV를 켰더니 한국 드라마가 나와 깜짝 놀라면서도 반가웠던 경험이 있다. 그런 신나는 일이 더 자주 일어날 것 같다. 지난 상반기 해외 콘텐츠 마켓에서 드라마, 다큐 등 우리나라 방송콘텐츠 수출실적은 전년대비 37%가 늘어 3133만달러를 달성했다.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유럽에서도 드라마 판매가 이뤄져 K팝(POP)뿐만 아니라 ‘드라마 한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정부가 꾸준히 콘텐츠 해외 수출에 투자해온 게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계약 실적이 향상된 것은 물론이고 유럽과 신시장에서 계약한 게 눈에 띄었다. KBS미디어는 ‘꽃보다 남자’와 ‘아이리스’를 프랑스에, MBC는 ‘파스타’를 불가리아에, SBS콘텐츠허브는 ‘신기생뎐’을 루마니아에, ‘시크릿가든’을 이스라엘에 각각 수출했다. CJ E&M은 ‘매니’를 베네수엘라, 페루 등 중남미에 수출했다. 다큐멘터리 분야에서는 EBS의 ‘신들의 땅 앙코르’가 미국 스미소니언채널과 계약을 체결했고, ‘한반도의 공룡’이 프랑스·러시아·폴란드 등에 진출했다.

 신시장 진출이 의미를 갖는 것은 그동안 한류 붐이 아시아에 편중됐고, 드라마 외 장르가 취약한 게 늘 문제점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해외로 간 방송콘텐츠의 53.9%를 일본에, 13.2%를 대만에, 8.8%를 중국에 수출했다. 또 전체 수출액의 87.6%가 드라마였다. 다큐멘터리(6.5%)와 오락 프로그램(2.7%)의 수출액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우리는 여러 국가로 콘텐츠를 수출하기 위해 정부 주도 하에 매년 7~9개 해외 방송 마켓에 한국공동관을 운영하고, 신시장 수출상담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업계는 해외시장 정보 부족, 재제작·마케팅 비용 부족, 전문 인력 부족 등을 호소한다. 이제 막 물꼬를 트기 시작한 유럽시장 드라마 수출도 아직은 메이저 채널에 진출한 게 아니여서 낙관하기에 이르다. 수출 장벽을 뚫어주는 일과 함께 가능성 있는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콘텐츠 수출은 제조업이나 기술 수출과 다르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관광·패션·음식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경제적인 효과도 중요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한국 문화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자긍심을 준다. 그 가치가 큰 만큼 콘텐츠 수출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난 7월 파리에서 열린 ‘재팬엑스포’에 한국 콘텐츠가 다수 참가한 것을 두고 일본 유명 평론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국 정부의 콘텐츠 분야 지원에 대해 위기를 느낀 것이다. 그만큼 그 효과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지금 나타나는 성과들은 그간의 정부 지원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지속적인 투자를 기대한다.

 이인숙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사업본부장 lis@kocc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