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통위 설립 취지 되새길 때

 방송통신위원회가 기어이 파행으로 치달았다. 어제 2011년 제46차 회의 의결사항으로 탁자에 올린 ‘창원문화방송(MBC)과 진주MBC 합병 허가건’을 두고 방통위 여야 상임위원들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민주당 쪽 김충식·양문석 상임위원이 합병 반대의사를 개진하고 퇴장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비롯한 정부 여당 쪽 위원들은 개의치 않고 ‘합병 허가’를 의결했다. 야당 쪽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여당 위원들끼리 다수결로 결정한 것이다.

 여당 쪽 위원들은 재적위원(5명) 과반수(3명) 찬성으로 의결했으니 절차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김충식·양문석 위원은 머릿수로 밀어붙인 여당 쪽 위원들이 ‘합의제 독립 행정기구’인 방통위의 존립 가치를 훼손했다고 보았다. 양 위원은 앞으로 “전체회의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혀 파행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여당 쪽 위원들이 야당 쪽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다수결로 의결한 사례는 2008년 3월 출범한 제1기 방통위를 합해도 세 차례에 불과했다. 그만큼 여당 쪽 위원에게 ‘합의 결여’는 큰 부담이다. 더 신중했어야 했다. 특히 진주와 사천 등 서부 경남지역 주민의 64.1%가 창원·진주MBC 통합에 반대하는 상황을 더 세심하게 살폈어야 했다. 지역 여론과 이해관계자 찬성을 이끌어내지 못해 1년 넘게 공전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다수결로 밀어붙였으니 방통위가 두고두고 비난을 살 여지가 있다. 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야당 쪽 위원들이 전체회의 거부 운운하는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방통위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공익성을 높여 국민 권익을 보호하고 공공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설립됐다. 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받는 이유다. 당파적 이해에서 벗어난 ‘합의제 정신’을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