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스마트패드인 ‘터치패드’ 가격을 399달러로 내리면서, 미국 시장에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간 애플 아이패드 독주체제가 장기화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우려는 사업자들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11일 HP는 자사 홈페이지에 터치패드 16기가바이트(GB) 모델 가격을 399달러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잠깐 50달러를 할인해준 적은 있지만 아예 소비자가격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최초 가격인 499달러에서 100달러나 내린 수준이다.
스테판 디프란코 HP 부회장은 “터치패드를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가격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재 애플을 포함한 스마트패드 주요 생산업체의 16GB 기준 제품가격은 499달러다. 비슷한 가격 수준에서 인지도가 높은 애플 아이패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IT 시장조시기관인 포레스터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패드 시장 규모는 5000만대에 육박한다. 하지만 애플 아이패드가 시장 점유율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나머지 주자들의 ‘나눠먹기’ 싸움이 심화되고 있다.
HP의 결정은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가격전쟁’에 도화선이 됐다. 같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쓰는 경쟁자들의 가격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사업자들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에이서는 내달 아이코니아(Iconia) 스마트패드를 499달러에서 395달러 수준으로 내릴 예정이다. 아수스는 이달 초 이(Eee) 스마트패드를 처음부터 399달러에 내놨다. 에이서와 아수스는 모두 10인치 스마트패드로 구글의 허니콤 OS를 쓴다.
모토로라 줌(Xoom)과 삼성전자 갤럭시탭(Galaxy Tab)은 499달러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만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리차드 심 디스플레이서치 애널리스트는 “많은 사업자들이 비슷한 시기에 스마트패드 시장에 들어오면서 가격 전쟁은 이미 예고됐다”며 “아이패드와 경쟁하려면 ‘가격’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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