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미국의 휴대전화업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며 특허 분쟁으로 수세에 몰린 안드로이드의 반격을 선언했다.
구글이 휴대전화 시장의 맏형 격인 모토로라의 특허권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에 힘을 더할 경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 기울던 글로벌 특허 분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드로이드 위기…결단 내린 구글 = 15일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번 모토로라와의 합병은 구글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MS, 애플 등 독점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안드로이드를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MS와 애플 등을 포함한 기업들이 선의의 경쟁을 위협하는 특허 공격을 얼마나 남발해왔는지 우리는 이미 봐왔다"며 미 사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했음을 지적했다.
이번 모토로라 모빌리티의 인수가 사실상 최근 안드로이드 진영을 위기로 몰았던 특허권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는 사실을 시사한 셈이다.
검색사업으로 시장 지배력을 구축한 구글은 애플이나 MS, 노키아 등 수십 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적 강자들과 비교하면 사실상 `신생아`나 다름없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개방 철학이 결합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로 연간 1억5천만대의 단말기를 지원하며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지만 이제 막 걸음을 뗀 신생 사업자 구글은 전통 기업의 막강한 특허 장벽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PC 기반 기술에서 상당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MS는 삼성전자, HTC 등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사들을 상대로 상당한 로열티를 요구하며 장기적인 비용 상승의 요인을 제공했다. 아이폰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 애플 역시 디자인 관련 지적재산권을 앞세워 안드로이드 진영을 향한 압박을 이어갔다.
위기를 감지한 구글은 최근 파산한 캐나다 통신장비업체 노텔의 특허 인수전에 뛰어들며 반전을 노렸지만 애플과 MS 주도 컨소시엄의 물량 공세에 밀리고 말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지난 2분기에만 무려 5천200만대 팔려나가며 48%의 점유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가 성장의 한계를 지적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분석기관 SA(Strategy Analytics)는 "안드로이드는 내년 매우 힘든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독일의 지적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안드로이드는 지적재산권 소송에 직면해 결국 매우 비싼 OS가 되고 기술적으로도 매우 빈약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모토로라 인수로 특허전선 재정비 =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등 모바일 부문이 지난 1월 분사돼 만들어진 회사다.
1928년 설립된 모토로라는 스마트폰 등장 이전까지 통신기술·제품 관련 사업에서 무시할 수 없는 강자로 군림해왔다.
1973년 세계 최초 휴대전화 `스타택`을 개발해 초기 시장을 형성한 주역이었고 2008년까지 연간 1억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하며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최근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1만6천824건 상당의 통신사업 관련 지적재산권은 특허 분쟁이 한창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모토로라는 지금까지 쌓아온 지적재산권을 무기로 애플과 MS를 상대로 지적재산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모토로라는 MS와 유일하게 맞소송을 벌이는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사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모토로라의 자신감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HTC, 온키오(Onkyo Corp), 벨로시티 마이크로(Velocity Micro) 등 다수의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은 이미 MS와 로열티 지급에 합의했으며 최대 안드로이드 제조사인 삼성전자도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모토로라는 구글이 선택할 수 있었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라며 "모토로라의 지적재산권이 향후 특허 분쟁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