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이라뇨? 말도 안됩니다. 취업난이 아니라 구인전쟁입니다. 전쟁!”
게임업체 경영자의 하소연이다. 인력고갈로 회사 문을 닫을 지경이라는 부연설명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말을 한 시점이 현재가 아닌 10년 전이어서 더 슬프다. 이 업체는 2006년 시장에서 사라졌다.
10년 전 전자신문은 ‘사람이 경쟁력이다’라는 기획물을 일 년간 연재했다. 인력고갈로 허덕이는 소프트웨어 업계 현실을 전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당시 게임업체 사장은 현실을 ‘전쟁’으로까지 표현했다.
그 후로 10년이 흘렀다. 달라진 건 없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역설적으로 그 사이 IT강국으로서 우리나라 위상은 강화됐다. 무역수지가 증명한다. 2001년 385억달러이던 IT수출액은 2010년 1540억달러로 늘었다. 하지만 화려한 수치는 대기업 활약 덕택에 얻어진 착시현상이다. 사람이 경쟁력일진데 중소기업은 그 ‘사람’이 없어서 오늘도 아우성이다. 건전한 생태계 조성의 근간은 중소기업이 담당해야 하지만 중소기업이 설 자리는 없다.
서울대 공대 박사과정이 대규모 미달사태라는 소식도 이젠 낯설지 않다. 3년째 반복되고 있으니. 지방대학 교수들은 방학 때 새 학기 정원을 채우기 위해 해외로 나간다. 이 역시 수년째 반복되는 정례행사가 됐다. 최근에는 이 대열에 중소기업 사장도 가세했다. 부족한 일손을 해외에서 충당하기 위함이다.
와중에 삼성전자가 S직군 신설계획을 내놨다. 기술, 디자인, 개발, 마케팅, 일반사무직 등 기존 10여개 직군에 소프트웨어를 의미하는 S직군을 곧 추가한다는 소식이다.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이제 뭔가 달라지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개운치만은 않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 줄기차게 소프트웨어 파워를 강조하던 삼성, 애플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한 삼성에 그동안 S직군이 없었다는 현실 때문이다.
그래도 기대가 된다. 다른 대기업들도 앞 다퉈 이에 동참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긴다. 대기업의 관심과 투자로 소프트웨어, 더 나아가 이공계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대학엔 관련 학과가 추가로 신설되고, 정원미달의 씁쓸한 추억도 옛말이 될 듯하다. 인력 공급이 늘어나면 중소기업들의 구인난도 해소될 것이라는 상상도 해본다.
이젠 정부가 나서야 한다. 소프트웨어 인재양성을 마냥 민간기업에만 의존할 수 없다. 3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던 약속을 깬 정부지만 분명 정부가 할 일은 있다. 우리나라엔 스티브 잡스가 없는지, 싸이월드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되지 못했는지 되돌아보자. 닌텐도같은 혁신기기가 없는지, 일본은 14명이나 배출한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건지 심각하게 고민해보자. ‘사람이 경쟁력’이란 만고불변의 진리를 잊어선 안 된다. 동량지재 양성은 정부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자 의무다.
최정훈 정보산업부장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