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도 IT에서 길을 찾는다

 러시아판 실리콘밸리 ‘스콜코보’가 글로벌 IT기업 집결지로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최근 100번째 기업 유치에 이어 시스코·다우·인텔·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이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약속했다. 러시아 정부는 스콜코보에 향후 3년간 30억달러 투자를 약속하며, 겉치레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30㎞ 떨어진 소도시 스콜코보의 정식 명칭은 ‘스콜코보 혁신센터’다.

 ◇정부 지원으로 탄생한 ‘스콜코보’=스콜코보는 2009년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공표한 경제 현대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원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탈피해 IT를 차세대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으로 꼽은 것이다. 스콜코보의 궁극적인 목적은 각국 및 러시아의 젊은 기업가들이 재능을 공유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허브로 만드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곳에 향후 3년간 3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으며, 2014년까지 MIT와 공동으로 대학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러시아판 실리콘밸리 설립을 위한 해외 투자를 목적으로 올 가을 영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을 돌며 설명회를 개최한다.

 빅토르 벡셀베르크 스콜코브 프로젝트 책임자는 “러시아 기초과학 기반의 지식을 상품화하고, 경제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런 경험이 많은 해외 기업과 결합이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7개월 만에 100개 기업 유치=스콜코보를 러시아 실리콘밸리로 키우려는 목표는 순항 중이다. 지난 7월 15개 게임 기업이 스콜코보에 입주한 데 이어 지난 19일(현지시각) 100번째 기업을 맞았다. 100번째 기업인 에이전트플러스는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교육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본격적인 기업 유치를 시작한 지 7개월 만의 성과다. 소프트웨어, 에너지, 바이오의학, 우주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스타트업과 해외기업이 고루 입주해 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130개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이들에게 총 1억72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들도 스콜코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시스코·다우·인텔·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이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계획을 밝혔다. 시스코는 향후 10년간 10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러시아 정부는 R&D센터를 세우는 기업에 각 5000만달러를 지원한다.

 ◇정책 지속성이 관건=정부 주도 혁신센터인 스콜코보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러시아 정부의 다른 국가주도 사업처럼 덩치만 커지면 사업 수행이 힘들어질 가능성도 있고, 해외 파트너 유치가 양해각서(MOU) 교환 수준이라 장기적인 투자유치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비판이다. 정권이 바뀔 경우 프로젝트 중단 가능성도 우려된다.

 크리스티나 키코노바 노키아지멘스 러시아 대표는 “스콜코보는 훌륭한 프로젝트”라며 “다음 세대 정치인들 역시 이를 지속하고 지지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