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IT코리아]삼성 · LG는 왜 M&A · 협력에 약한가

 구글이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하고 HP가 PC사업부를 분리하는 등 글로벌 IT업계 재편이 한창이다. 반면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수합병(M&A)과 기업간 협력에서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적다.

 해외 글로벌 IT 대기업들이 M&A로 덩치를 키우고, 기업군간 지분투자로 우군을 확대하고 있지만, 삼성·LG 등 국내 기업들은 자체 경쟁력으로만 IT 대전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전자는 연초 의료기기 업체 메디슨을 인수했지만 최근 수년간 주목할 만한 빅딜이 없었다. ‘치킨게임’ 형태로 상대방을 견제하는 방식에는 익숙했지만 전략적 우군확보 전략과 M&A를 통한 사업 확대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LCD·휴대폰 등에서 독자적 힘으로 세계 최고봉에 올랐다. 자체 능력으로 승부해 온 기업문화에다 협력보다 경쟁사와 치열하게 싸워왔던 경험이 오히려 M&A를 진행하거나 새로운 협력 중심의 생태계로 전환하는 데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은 연간 10조원이 넘는 이익을 내고 있고 10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LG전자는 지난 수년간 공격 경영보다는 잘하는 사업에만 집중하면서 외부 변화에 둔감했다는 평가다. 그 결과 스마트폰 대응이 늦었다. 최근 ‘독한 LG’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아직은 내부 다지기에 더 치중하는 모양세다. 최근 경영 실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대형 M&A에 뛰어들 여력이 많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백종석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해외 기업을 인수해도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는 문제가 있고 과거 삼성의 AST 인수나 LG의 제니스 인수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라며 “최근 IT업계 재편으로 삼성·LG의 인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빅딜이 나타나기는 여전히 쉽지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을 바라보는 우리 문화도 IT기업들의 대외 협력 확대나 M&A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이 우량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데 우호적이지 않다. 잘나가는 우리 기업이 외국계와 협력하는 데도 곱지 않은 시각이 있어 왔다. 국내 대기업들이 M&A 시장에서 운신할 폭은 넓지 않았다는 것.

 소니·노키아 등과 달리, 삼성전자는 10여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아주 큰 부침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외국 기업의 견제가 확대되고 있다. 애플·구글 같은 신흥 강호는 물론 치킨게임에 패했던 기업들도 뭉쳐 국내 기업들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일본 도시바와 소니가 LCD 패널 생산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일본 샤프와 대만 CMI가 합병을 하는 것도 국내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유럽에서 촉발한 경기침체는 오히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주요업체를 M&A할 수 있는 호기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호황기보다 M&A 비용이 적게 들고 상대적으로 알짜 매물도 많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글로벌 IT경쟁이 개별 기업간 싸움에서 기업군(생태계)간 대결로 변화하고 있다”며 “국내 IT기업들도 보다 적극적 글로벌 연계 전략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