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 VS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가 정상에서 사임을 표명하면서 3년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 CEO에서 물러난 빌 게이츠와 오버랩되고 있다. 56세 동갑내기인 이들을 분석해봤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대조적인 길을 걸어왔다. 둘 다 1955년에 태어났지만 자라난 환경은 크게 달랐다. 잡스는 사생아로 태어나 블루칼라인 양부모 밑에서 자랐고, 학교에서는 우등생과는 거리가 먼 문제아였다. 한편 아버지가 변호사였던 게이츠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유명 사립 고등학교를 거쳐 하버드 대학에 진학했다.

 게이츠는 현실주의자다. 제품의 완성도보다 비즈니스 기회를 중시한다. 경쟁심이 매우 강한 게이츠는 승리에 집착하며, 앞서가는 기업을 분석해 따라 하고 개량함으로써 라이벌을 물리치는 2인자 전략으로 경영의 안정화를 꾀해왔다. 이에 비해 잡스는 완벽주의자다. 다른 회사의 모방품 같은 어중간한 제품이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인생을 걸었으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독창적인 제품에 너무 집착한 탓에 대성공도 거두지만 때로는 큰 실패도 맛봤다.

 여러 가지 면에서 대조적이지만, 두 사람은 모두 강렬한 개성을 가졌다. 잡스는 게임회사 아타리(Atari)에서 일했을 때, 해외 출장을 갔다가 복귀하지 않고 인도를 방랑하며 가진 돈을 다 쓰고 난 뒤에야 돌아온 적도 있다. 한편 게이츠는 컴퓨터를 좋아하는 우등생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잡스를 능가하는 괴짜이기도 했다. 자동차를 좋아하고 스피드광인 그는 교통법규 위반 상습범으로 법원의 소환을 받은 적도 있다. 학창 시절에도 머리는 뛰어나게 좋았지만, 그것을 너무 드러내는 바람에 주위 사람들과 마찰을 겪기도 했다.

 그런 두 사람이 ‘컴퓨터의 대중화’라는 시대의 대전환기에 기회를 발견하고, 잡스는 게임기 회사에서 일하다가 게이츠는 하버드 대학을 다니다가 거의 동시에 컴퓨터 세계로 뛰어든다. 빌 게이츠는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었고, 스티브 잡스는 1976년 애플을 설립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집착도 비슷하다.

 잡스는 엔지니어에게 “매킨토시(Mac)의 크기를 전화번호부보다 작게 만드시오”라고 명령했으며, 게이츠는 “프로그램의 행수가 너무 많다”라고 화를 냈다. 두 사람 모두 현장 사람들에게는 피곤한 경영자다. 그러나 그들은 진정한 경영자였다. 자신들의 제품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최고의 직원들과 함께 미친 듯이 일에 열중했으며, 선두에 서서 수많은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했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면서 37세에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고 그 자리를 13년간이나 유지했다. 잡스는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쫓겨났지만 결국 다시 돌아와 애플을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로 올려놨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