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아프리카 IT 미래`에 작아도 따뜻한 손길을

[ET단상] `아프리카 IT 미래`에 작아도 따뜻한 손길을

 정석용 동양미래대학 소프트웨어정보과 교수 syjung64@gmail.com

 

 “음치나(Mchina)?” 탄자니아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이렇게 물었다. ‘음’은 스와힐리어로 사람을 뜻하는 접두사다. ‘음치나’는 중국인을 뜻한다. 자원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국가에 공격적으로 진출한 중국의 영향력을 실감한다. 지난 여름방학에 탄자니아 수도인 도도마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건물 신축과 도로공사 현장에서 어김없이 중국인 근로자를 봤다.

 “음꼬레아(Mkorea)! 우리가 한국인임을 밝히니 아까와 달리 활짝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러면서 ‘주몽’을 묻는다. 드라마 한류가 이곳까지 퍼졌다. 동양미래대학의 IT자원봉사자들이라고 소개하자 한국 컴퓨터와 휴대폰이 ‘세계 넘버 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 휴대폰은 너무 비싸 중국산 짝퉁 노키아 폰을 쓴다며 보여준다.

 우리 봉사단은 이 나라 최고 국립대학인 도도마대학 학생들과 소규모 IT 교육 인프라를 구축했다. 현지 대학생들이 컴퓨터 조립부터 인터넷 연결, 실시간 방송과 영상회의 시스템까지 직접 해보며 IT를 이해하고 습득하도록 했다.

 탄자니아에서 대학생은 곧 최고의 지성이다. 도도마대학생들은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 재원이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고된 교육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이들의 매서운 눈빛에서 배움의 뜨거운 열망을 봤다. 탄자니아 IT 미래도 봤다. 이들이 탄자니아 IT 정책 의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때 우리 활동이 좋은 기억으로 작용하리라 하는 기대도 생겼다.

 대학 도서관에 갔다. 컴퓨터 분야 책장을 보니 나온 지 10~20년 넘은 책들로 가득하다. 우리가 아프리카의 인재들이 모인 대학 도서관 책장 하나쯤 꾸며주면 어떨까. 한국과 IT 관련 최신 저서로 책장을 꾸미고 1년에 한 번만 관리해도 ‘아프리카 미래’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된다. 중국식 인프라 투자도 의미 있겠지만 이런 지식 인프라 제공은 비용 대비 효과가 엄청나다. 어느 TV 프로그램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아프리카 우수 대학들에게 적용하면 좋겠다.

 탄자니아에 몇 년을 머물며 헌신하는 봉사단원들을 봤다. 한국어와 IT 교육을 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도 만났다. 열정과 능력이 우수한 이 현지 활동가들은 교육환경 구축, 교육과정 자문, 기자재 운영까지 교육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 교육지원단을 구성해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개인 역량에 맡길 게 아니다. 체계적인 지원체제가 있어야 봉사 활동의 효과는 배가된다.

 IT 봉사활동엔 PC와 공유기, 허브와 같은 장비와 부품이 필요하다. 많은 대학들이 때가 되면 실습용 컴퓨터를 바꾼다. 쓰지 않는 것들을 창고나 실습실에 쌓아놓는다. 너무 많아 학교마다 처리를 고민한다. 성능이 떨어져 쓰기 어렵지만 탄자니아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에선 아무런 문제없이 쓸 만하다. 실습용 기자재를 정부 지원 아래 구매한 경우가 많아 폐기나 용도 전환이 어렵다. 우리도 창고에 쌓인 것들을 봉사 활동에 활용하지 못했다.

 정부는 이렇게 창고에서 폐기를 기다리는 장비를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와 같은 민간단체들의 해외봉사 활동에 쓰이도록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 컴퓨터도 필요하나 이를 유지 보수할 부품과 수리 능력이 더욱 절실하다. 우리가 방문한 대학들을 보니 원조로 설치한 컴퓨터의 절반 정도가 고장이다. 수리 부품과 기술이 없어 먼지만 쌓인 채 방치된다.

 우리 대학에 쌓인 컴퓨터 장비를 주고 기초 수리 교육만 해줘도 해외 IT 봉사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다. 덩달아 우리 IT 우수성도 널리 알린다. 작은 노력으로도 ‘아프리카 IT 미래’에 깊숙이 다가갈 기회를 이렇게 놓치는 게 너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