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국내 대기업들 오픈 생태계

 미국은 오픈 생태계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나라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공룡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강력한 정부 정책 주도하에 오픈 생태계를 조성한 것은 아니다. 오픈 생태계는 정부가 주도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1명 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IT 강국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충격’으로 인해 대응이 늦어지면서 더 이상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선도 분야를 찾기 힘들 정도다. ]

 미국 오픈 생태계는 모바일 IT벤처기업 중심으로 발전해 서비스 자체가 혁신을 위한 도구로써 사용된 반면, 한국은 이동통신사 중심이었다. 즉, 소비재적 성격이 강했다. 이런 구조적인 특성 때문에 한국은 폐쇄적인 시장으로 분류된다. ‘오픈’ 생태계는 조성이 힘든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국내 IT산업계 패러다임이 변하기 시작했다. 하드웨어 중심 전략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전략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 예를 들어 모바일 부문에서는 스마트폰기기 성능에만 초점을 맞춘 ‘하드웨어적’ 사고에서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차용하거나 자체 OS를 개발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올해 오픈 생태계 조성을 시작하고 있다. 글로벌 IT기업들의 오픈 생태계와는 차이가 있는 ‘한국식’ 오픈 생태계다. 수평적이고 개별적인 미국 오픈 생태계와 달리 수직적이고 집약적인 방식이다. 대기업이라는 특성상 타 기업과 교류보다는 개인과 산·학·연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LG그룹은 ‘크라우드 소싱’ 방법을 활용하고자 ‘콜라보레이트 앤 이노베이트’ 웹사이트를 구축했다. 크라우드 소싱은 일반 대중이 기업 인력을 대체한다는 의미로, 오픈 플랫폼 시대에 들어와 처음 만들어진 단어다. 누구나 LG웹사이트에 자신의 아이디어와 제언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LG그룹은 필요한 자유 주제를 공모하고 이를 해결할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 나무를 보면 숲을 볼 수 없듯, 기업 내부에서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외부에서 기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함이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총 500억원을 투자해 ‘오픈이노베이션(OIC)’ 센터를 설립했다.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및 콘텐츠 개발자를 적극 지지한다. 특히 SKT는 개발자들에게 손쉬운 앱 개발환경을 제공하고 개발비 투자, T스토어, 홍보, 창업 지원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개발자로 선정되면 초기 활동비 30만원을 지원받고 T스토어에 앱을 등록할 수 있다. 평가 결과에 따라 최대 800만원, 25만건 이상 다운로드되면 인센티브로 300만원을 받는다.

 포스코와 계열사로 이뤄진 포스코그룹은 그린에너지, 소재산업, 첨단 정보통신기술 등의 신수종사업 육성을 위해 오픈 생태계 전략을 선택했다. 기존 역량을 기반으로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정부, 전문기관 등과 커뮤니케이션 체제를 구축했다. 또 벤처캐피털 역할을 자청하며 1000억원 규모의 ‘포스코 패밀리 전략펀드’를 조성했다. 기술력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