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MS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데스크라인] MS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한동안 우리 뇌리에서 잊혀져 있었다. 애플, 구글로 대변되는 스마트폰 대전에서 MS의 존재감은 스마트폰 운용체계(OS) 시장점유율(1.6%)만큼이나 미약했다. 구글이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을 인수하자 국내를 강타했던 자성의 목소리에서도 MS는 뒷전이었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기업임에도 한물갔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MS의 CEO인 스티브 발머도 궁지에 몰렸다. 헤지펀드계 거물 아인혼은 지난 5월 한 투자 설명회에서 직설적으로 스티브 발머 퇴진을 요구했다. 새로운 인터넷과 모바일시장에서 애플에 주도권을 내줬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MS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윈텔 제국 동반자였던 인텔이 2000년대 초반 특정 OS시장 진출을 시도하자 단칼에 사업을 접게 만들었다. PC용 CPU로 인텔 제품을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인텔이 미고라는 스마트폰 OS를 선보이자 MS는 내년 선보일 윈도8에는 인텔 외에 ARM 코어를 쓴 제품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누가 IT의 절대 강자인지 지켜보라는 식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MS는 은밀하면서 치밀하게 반격을 시작했다. 시장 점유율은 미약했지만 10년 넘게 스마트폰 OS를 개발하면서 습득한 특허가 무기다. 윈도모바일 폰을 주로 생산해왔던 HTC가 안드로이드폰에 집중하자 특허 문제를 제기해 결국 대당 5달러의 로열티를 받기로 지난해 합의했다. 공짜라고 생각했던 안드로이드폰이 무료가 아님을 세계 휴대폰업체에게 각인시켰다. 외부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애플 역시 스마트폰과 관련해 MS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그 칼날은 이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겨누고 있다. 요구하는 금액은 대당 10달러. 윈도모바일 OS 라이선스료는 대략 10~20달러 수준이다. 안드로이드를 채택할지는 국내 휴대폰 기업의 결정이지만 거의 비슷한 비용을 MS에 지불하라는 얘기다. 구글이 인수한 모토로라를 대상으로는 최근 아예 미국 내 판매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휴대폰 기업들이 ‘어떻게 하라는 거냐’ 볼멘소리가 나올 때 윈도모바일 7.5(망고)를 선보였다. 2015년 경에는 MS가 휴대폰 OS시장에서 20%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성급한 예상까지 나온다.

 수많은 반독점 소송을 접했던 MS는 신중하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백기사가 되겠다(?)는 취지로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문을 인수했지만 MS는 노키아를 고객으로 둘 뿐이다. MS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노키아지만 이를 인수하는 순간 다른 휴대폰기업들이 모두 적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MS는 지난해(2010.7~2011.6) 699억달러 매출과 272억달러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삼성전자 절반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두 배에 달한다. 현금성 자산만 527억달러(58조원)에 이른다. 국내 기업에 애플, 구글 모두 버거운 상대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어려운 적수는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오고 있다.

 유형준 부품산업부장 hjy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