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소프트웨어(SW)다.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후 국내외 기업 관심사는 SW에 쏠렸다. 하지만 국내 SW산업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하드웨어(HW)는 좋은데 SW가 문제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왔다. SW시대에 SW가 문제라는 정부·기업의 공통된 지적은 총체적인 문제라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 우리나라 ICT산업 현장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과 대응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독일 뮌스터대학 객원연구원으로 나가있는 KAIST SW 정책연구센터 전문위원이자 한국미래연구원 부원장인 김은 박사와 함께 6회에 걸쳐 심층 점검시리즈를 마련한다.
제1회 : 프롤로그 : IT강국에 SW가 없다
제2회 : 아이폰을 통해 본 SW 시장의 작동원리
제3회 : 한국에서 SW가 유망 업종인가
제4회 : SW인이여 야망을 가져라
제5회 : 정부가 바로 서야 SW가 산다
제6회 : 에필로그 : 세계로 가는 길, 역발상이 필요하다
최근 구글의 모토롤라 모빌리티 인수 발표 후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정부와 기업도 대응책 마련에 부산하다.
민·관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격이다. 과거 아이폰이 우리 기업에 미친 파급 효과와 같이 구글의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가 우리 기업에 또 다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이에 대한 우리 기업과 정부의 과거 행태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아이폰 쇼크 이후 대기업이 SW 인력을 상당수 영입하는 바람에 중소납품업체에서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고 울상이다.
사실상 아이폰 쇼크는 새로운 유형의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한 이노베이션과 이를 뒷받침한 SW로 발생한 문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대기업이 오히려 중소 납품업체와의 긴밀한 협력과 이노베이션 생태계 조성 및 생태계 자체 이노베이션 역량 강화에 힘쓰는 것이 더 좋은 방법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과거 행태에서 보듯 외국기업 이노베이션에 우리나라 후속대책은 대부분 단기적인 미봉책으로 끝나고 과거 사례에서 제대로 학습하는 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모빌리티 인수 발표 이후 삼성전자는 M&A를 강조하고 있고 정부는 운용체계(OS)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부보다 돈이 더 많은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재 SW 관련 주요 이해관계자의 행태를 보면 우리나라의 SW 미래는 별로 희망이 없다.
우리나라 SW 분야에 희망이 없는 또 다른 가장 큰 이유는 명쾌하다. 바로 인력 문제다. 특히 SI를 포함한 SW시장을 놓고 보면 거의 코더(Coder) 수준의 많은 인력이 시장에서 심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에 국내 대다수 SW 분야는 쓸 만한 인력을 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산업 내에 우수한 인력이 영입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 고급 SW 인력 수요는 많은데 고급 SW 인력을 양성시킬 사람도 시장에 없다. SW분야에서 고급인력을 양성시킬 수 있는 해외파 SW공학도들은 국내에서는 미래가 없으니 해당 분야를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에는 SW 산업이 육성될 기반이 거의 없다.
지난해 독일 내 IT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평가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ICT 산업입지가 2009년 시점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했다고 한다. 반면에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SW 수준은 자료 확보가 가능한 19개국 가운데 14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상기한 두 가지 결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해석이 가능하다.
IT강국에 SW가 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SW가 최하위 수준이라도 HW 관련 ICT 산업입지는 최고이니 우리나라에서 SW는 더 이상 육성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하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SW시대다. 산업 전반에 SW파워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의 시장도 HW가 아니라 SW가 주도하고 있다. SW를 제대로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http://www.wi.uni-muenster.de/w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