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우리는 세계사 유례없는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이뤘다. 과학기술 발전이 핵심 역할을 했다. 그간의 과학기술 발전이 ‘모방형’이라면 다가올 50년은 ‘창조형’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시대적 요구다.
최우선 과제는 국가 연구개발(R&D) 체계를 창조적으로 혁신하는 일이다. 지난 3월 말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상설행정위원회로 출범해 위상을 높이고 국가 R&D 컨트롤타워로 만든 것은 출발점일 수 있다.
혁신의 또 다른 축은 정부 출연연구소 선진화다. 1966년 창립한 KIST를 필두로 26개 출연연은 50년간 산업기술부터 기초 및 원천 연구까지 국가 주도 R&D의 큰 축을 담당했다. 출연연도 이제 스스로 창조적 혁신을 하기 위해 역할과 미션을 재정립해야 한다.
지금처럼 교과부와 지경부 산하로 나눠 칸막이식 연구를 하며, 프로젝트 중심으로 진행하는 R&D 환경을 바꿔야 한다. 민간과 대학이 못하는 기초연구와 초대형 과학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미래융복합시대를 주도할 기술을 개발할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 관점에서 출연연을 국과위로 이관하자는 구상에 공감한다. 정부는 지원을 해도 직접 통제와 간섭을 최소화하고 인사, 행정부터 연구수행까지 연구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한다. 안정된 분위기에서 민간과 차별화한 미션을 지속 수행하려면 출연금 예산 비중을 70% 이상으로 늘리는 지원도 선결해야 한다. 연구원의 정년 환원, 비정규직 연구원의 정규직 전환, 처우개선 등도 시급하다.
그런데 최근 논의 중인 출연연 개편 방향을 보면 현장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먼저 해야 할 출연연의 이관 없이 강소형조직으로 개편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 출연연 스스로 미션을 정립할 시간적 여유를 주고 기관 고유사업에 대한 묶음예산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다.
생명과학연구원과 KAIST, 해양과학기술원과 해양대 통합 논의도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출연연이 대학에 종속된다. 무리하게 추진하면 교육과 과학의 결합 시너지를 못 낸다.
21세기 바이오시대에 생명과학 분야 유일한 출연연인 생명과학연구원을 의대까지 갖춰 종합대학을 지향하는 KAIST와 통합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극지연구소를 포함하여 기초 및 거대 연구에 전념하는 해양연을 실용학문 위주인 해양대와 통합해 부산으로 옮기는 것도 그렇다. 정부가 출연연 선진화를 진정 원한다면 국과위 출범 목표와 정신을 되돌아보고 먼저 출연연을 국과위로 보내는 게 순리다. 단일법인 체제, 강소형 조직 개편 등은 그 다음이다.
출연연에 몸담고 열정을 불태운 연구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변화를 창출하도록 시간적 여유와 기회를 주자. 스스로의 변화와 혁신만이 우리 연구원들을 창조적 지식기반 사회의 선도자, 대한민국 과학기술일등강국의 주역으로 만들 수 있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 youngah.park@gmail.com